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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끝나면 꼭 가야 할 자동차 여행지-미국편⑯ [황욱익의 로드 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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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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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와 낭만이 가득한 남부 캘리포니아는 어디를 가도 매우 활기차다. 친절한 사람들과 여러 인종이 뒤섞여 만들어 내는 묘한 분위기는 이국적이면서도 낯설지 않다. 남부 캘리포니아 일정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어느 BMW 마니아의 개러지를 방문했을 때다. 단순히 BMW만 여러 대를 소유한 것이 아닌 차에 대한 애정과 추억, 의미 등 어느 하나 소홀한 부분이 없었다. 개인 개러지를 넘어 체계화된 관리 시스템과 전문 인력이 상주하는 말 그대로 자동차 마니아에게 꿈의 공간 같은 곳이었다.  미국 코디네이터에게 소개를 받은 A는 남부 캘리포니아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인사다. 코디네이터 소개로 취재를 요청했을 때 그는 두 가지 요구조건만 만족하면 언제든 방문해도 상관없다는 연락을 전해 왔다.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던 그 두 가지 조건은 생각보다 간단했는데, 하나는 자신의 개러지 위치가 노출되지 않아야 하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에 대한 어떤 정보(심지어 이름까지)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었다. #55대의 클래식 BMW 컬렉션  먼저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A의 사무실이었다. 겉에서 봤을 때 가정집 같은 A의 사무실은 그가 사용하는 공간과 부품을 보관하는 스토리지, 정비 공간 등으로 구분됐다.  A는 뼛속까지 BMW 마니아다. 안락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진 그의 사무실은 자동차와 관련된 소품으로 가득했으며,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연대별로 모아 놓은 BMW 스티어링 휠이었다. 사무실 한 곳에 자리 잡은 스티어링 휠 켈렉션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매우 힘든 것들이다.  이 스티어링 휠들은 OEM 사양부터 특별 옵션 사양, 애프터마켓 사양 등 다양했는데, 원래는 예비 부품으로 사용하려고 구입한 것들이 그대로 컬렉션이 되었다고 한다. 그 외 각종 미니카와 자동차 부품을 활용한 소품도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것들이다.  개러지 공간은 생각보다 컸다. A가 현재 소유하고 있는 BMW는 총 55대로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경주차나 정비 중인 차) 모두 런닝 컨디션을 유지했다.  개러지는 크게 3곳으로 나눠진다. 전 세계에서 공수한 부품이 가득 쌓여 있는 스토리지와 차를 보관하는 곳, 그리고 정비하는 곳이다. 차를 관리하기 위해 2명의 전문 미케닉이 상주 중이며, 도색과 판금 등 보디작업을 제외하고 모든 유지보수와 오버홀 등을 담당한다.  A는 "자동차는 많이 타는 게 가장 남는 것"이라 설명했는데, 50여 대의 자동차를 매일 번갈아 가면서 이용한다고 했다. 물론 출퇴근용 차와 가족용 차는 따로 있었다.  개러지에는 진귀한 차들이 가득하다. 1960년대 생산된 RS700을 비롯해 알피나, 2002 시리즈,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BMW 중에서도 특별한 모델만 그의 개러지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중 A가 가장 좋아하는 차는 1970년대 BMW의 대표 모델인 2002 시리즈다.  02로 끝나는 시리즈는 경영난에 허덕이던 BMW를 구해낸 모델로, 컴팩트 세단이자 스테디셀러인 3시리즈의 전신이다. 1966년부터 1977년까지 생산된 02 시리즈는 1502, 1802, 2002를 거쳐 E30 3시리즈로 계보가 이어진다. E30 보디가 등장하면서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진화했으며 3시리즈의 인기는 지금도 동급에서 가장 높다.  A가 02 시리즈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어린 추억에 있다. 아버지의 차인 02 시리즈와 꽤 오랜 시간을 함께 했으며, 이후 성인이 된 후에도 어린 시절 경험했던 02 시리즈의 느낌을 잊지 못해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A가 가장 좋아하는 BMW는 2002ti. 그는 디자인부터 성능까지 흠잡을 곳이 없다고 했다. 2002ti 특유의 핸들링과 탈탈 거리는 카뷰레터 소리, 온몸을 울리는 잔잔한 진동, 어린 시절 아버지 차에서 느꼈던 인테리어의 향수 등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로 꼽았다.     #특별한 사연을 가진, 단 두 대만 존재하는 BMW 700RS A의 컬렉션 중 가장 특별한 차는 700RS다. 코디네이터는 A의 개러지를 소개하며 'BMS에서 가장 희귀한 경주차'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우리는 그 주인이 700RS일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워낙 모터스포츠에 사활을 걸은 회사라 기껏해야(?) M1이나 E30 M3 에보 정도를 예상했다.  이들 역시 생산 대수가 많지 않아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는 아니지만 A의 개러지에서 700RS를 봤을 때 눈을 의심했다.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유니콘을 봤다면 이런 기분일 것이다. 사실 필자는 이 차의 존재를 그리 신뢰하지 않았다. 공식 생산대수가 적을 뿐 아니라 레이스 기록이나 실차 사진이 전문 서적을 통해 전해질 뿐 '살아 있는 개체가 아직까지 남아 있을까?'란 의구심을 늘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BMW 역사상 가장 생산대수가 적고, 507과 함께 컬렉터들이 가장 눈독 들이는 700RS는 현존하는 개체수가 매우 적다. 700RS의 공식적인 생산 대수는 단 2대. 한 대는 뮌헨의 BMW 박물관에 있고(6번 엔트리를 부착한 옅은 하늘색) 나머지 한 대가(148번 엔트리 부착) A의 개러지에서 보관 중이다.  이 차는 아멜리아 아일랜드 콩쿠르 엘레강스를 비롯해 미국 내 각종 클래식카 이벤트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지만 BMW 마니아조차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언론 노출도 극히 적어 희소성으로만 따지면 지금까지 만났던 차 중 최고 등급에 속한다.   RR 레이아웃을 가진 소형차 BMW 700(1959년부터 1965년까지 생산) 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700RS(1961년형)는 경량 튜블라 섀시를 가진 경주차다. 구동계 레이아웃은 700에 두고 있지만 경량 설계와 공력 특성을 고려해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어졌으며, 모든 공정은 수제작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로드스터인 700RS는 700 시리즈와는 이름만 같을 뿐 겉모습은 전혀 다르다. 훨씬 날렵한 디자인은 불필요한 요소를 줄였고, 보디 구조나 무게 배분도 완전히 다르다.   엔진은 생각보다 작다. 700cc 2기통 수평대향의 공랭식 엔진은 최고출력이 약 85마력에 불과하지만, 차체가 워낙 가볍고 촘촘한 5단 변속기 덕에 민첩한 움직임을 보인다. 당시 A의 개러지에 있는 700RS는 엔진 오버홀이 진행 중이었는데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  사실 이 차에는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다. 전 소유자가 지금의 A에게 팔기 전 한 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독일 BMW 본사와 북미 BMW에게 이 차를 넘기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는 BMW가 미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했던 시절, 기존 BMW 고객을 소홀했던 배경이 있다. 예전 소유자가 그에 대해 매우 빈정이 상했던 모습이다.  뒤늦게 이 차의 가치와 존재를 알게 된 BMW가 매각을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A의 말에 따르면, 이 차는 그의 손에 들어오기 전 워싱턴주 르 메이 컬렉션에 전시됐던 차로 레이스에 출전해 온전하게 완주한 유일한 차다. 페인트와 엔트리 등 모든 사양이 그대로 유지 중이며, BMW 박물관에 있는 한 대의 경우 예선 도중 사고로 반파된 차를 리스토어 했다고 한다. A는 다음번에 오면 이 차가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A의 개러지를 둘러보며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차에 대한 어린 시절의 향수, 자동차에 대한 열정, 즐기는 방식의 다양함 등을 생각하면 자동차는 단순히 돈만 있다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큰 차와 새로운 모델을 선호하고 차에 얽힌 스토리나 추억, 의미보다 가격만으로 가치를 판단할 때가 많다. 자동차 생산 글로벌 톱5를 자랑처럼 얘기하지만 우리에게 그만한 문화나 애정, 혹은 기념비적인 모델이 있는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글 황욱익·사진 류장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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