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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풀멍·꽃멍 하다보면 걱정과 불안 분산.. 그게 진짜'카르페 디엠'"

울트라맨8

Lv 116

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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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

가드너는 사계절이 아닌 열두 계절을 산다. 날마다 꽃이 피고 지고, 정원에선 하루 종일 새로운 일이 벌어진다. 수백, 수천 가지 식물을 살피다 보면 열두 달이 쏜살같다. 자연의 변화무쌍함에 놀라워함과 동시에, 자연의 변함없음에 경탄하게 되는, 가드너의 삶은 어느 철학자나 시인 못지않게 성찰적이고 사유적일 것만 같다. 인간의 욕망이나 세상 시름 따위는 한 줌 먼지가 아닐까. 지난달 14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만난 박원순 가드너는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 사는 건 누구나 힘들고 나도 그렇다”며 웃었다. ‘식물의 위로’ ‘가드너의 일’을 썼고, 현재 수목원에서 전시기획운영실장을 맡고 있는 그는 “식물을 관찰하다 보면 인간이 더 잘 이해가 되곤 한다”며 가드너 일의 장점을 꼽았다. “인간보다 훨씬 오래 진화해 온 종인 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이나 전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내재된 것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최근 반려식물을 기르고 또 좋아하는 건 그저 자연을 벗 삼아 현대사회의 피곤을 잊거나, 방에서도 피톤치드를 마시고 싶다는 갈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박 실장의 말처럼 “내재된 것들”을 볼 수 있으니까. 우리 마음을 좀 더 잘 들여다보고 싶으니까. 박 실장과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19로 잔뜩 웅크려진 우리 마음은 지금 무얼 바라나. 식물은 어떻게 그 마음에 위로와 기쁨을 주는가. 그 어느 때보다 ‘식물과 함께 사는 마음’이 절실한 때다. # 꽃, 잎, 흙이 주는 기쁨과 위로… 식물과 함께 사는 마음이란 제주도에서 만난 빅토리아 수련에 마음을 빼앗겨 가드너가 된 지 20여 년. 여미지식물원, 에버랜드 등을 거쳐 이제는 둘러보는 것마다 ‘초록’인 수목원에서 일하고 있다. ‘식물 덕후’들에겐 그야말로 꿈의 직장. 식물과 함께 사는 삶이 너무나 당연해진 지금도 박 실장은 가끔 생각한다. ‘나는 왜 식물을 좋아하게 됐지?’ 하고. 그는 “꽃이 주는 기쁨과 이로움에 본능적으로 끌렸던 것 같다”고 했다. 꽃이 핀다는 것은 곧 열매가 맺힌다는 의미다. “‘꽃을 본다’는 것은 수렵 생활을 할 때부터 ‘좋은 날’로서 인간의 몸에 각인된 행위가 아닐까요. 사람은 꽃을 보면 기쁘고, 그건 본능에 가까운 것이죠.” 박 실장은 꽃이 잘 피는 식물을 가까이에 두려고 애쓴다고 했다. ‘본능적 기쁨’에, 꽃 색깔에 따른 다양한 이로움도 있어서다. 흔히 ‘컬러 테라피’라고 하는 그것. 마음과 색깔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카를 융이나 괴테 등이 이미 설파한 바 있고, 지금도 많은 연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예를 들어, 빨강은 아픈 사람에게 활력을 주는 역할을 하고, 노랑은 보는 순간 즉각적인 행복감을 준다. 또, 파랑은 지성적인 부분과 관계가 있으며 녹색은 균형 감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실장은 이를 가장 잘 구현하는 게 꽃의 색이라고 믿는다. “꽃을 자주 보다 보면 무의식중에 마음에 숨어 있던 우울감이나 슬픔 등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것 같아요. 잠깐 사서 보는 것보다는 1년 내내 꽃을 볼 수 있도록 직접 길러보시면 어떨까요.” 또, 잎이 커다랗고 무성한 식물들을 집 안에서 기르면 ‘숲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숲에 들어가면 단 몇 분 만에도 스트레스 지수가 확 낮아진다고 한다. 코르티솔 분비가 줄고 세로토닌이 늘어나 행복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박 실장은 이에 적합한 식물로 몬스테라, 필로덴드론, 안스리움, 야자류 등을 추천했다. 식물을 기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흙을 만지게 되는데, 이때 흙 속에 있는 미코박테륨 역시 세로토닌 분비를 돕는다. “한마디로 반려식물을 기르는 행위 자체가 행복 호르몬을 생성시키는 일이 되는 것이죠.” # 반려식물과 ‘카르페 디엠’… 풀멍·꽃멍·식멍을 즐기다 식물의 일상은 정적으로 보인다. 무척 느리게도 느껴진다. 박 실장은 “자세히 보면 그들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이 마음에 꿈과 욕망을 품고 갈망하고 노력하듯 식물도 그렇다. 박 실장은 몬스테라의 기근을 예로 들었다. 기근들이 안착하는 과정을 빨리 돌리기로 보면, 그 모습과 형태가 마치 뱀이나 지렁이와 같다고.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최적의 환경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거든요. 고향인 열대 아마존을 상상하면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찾아 기근을 내리죠. 사람마다 꿈도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다 다르듯이 얘네들도 그래요.” 코로나19 이후 ‘반려식물’은 인간과 가장 가까워진 비인간 존재다. 자의든 타의든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난 데다가, 때마침 온실 카페 등 식물을 이용한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도 유행했다. 식물을 기른다고 하면 과거엔 비교적 연령대가 높았으나 지금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상징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됐다. 박 실장은 “식물이 주는 위로가 결코 작지 않다는 걸 깨달은 세대이자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고 했다. “사람에게 이로운 자연이 성큼 방안으로 들어오게 된 거죠.” 그런데 이렇게 나의 공간에 자연을 들이는 일, 즉 반려식물 붐은 갑작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는 없다. 박 실장은 조선 초 문신 강희안이 쓴 ‘양화소록’을 예로 들었다. 양화소록은 한국 최초의 원예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 강희안은 식물 ‘와유법’에 대해 소개한다. 와유(臥遊)는 ‘누워서 구경한다’는 뜻으로, 조선의 선비들이 방안에 누워 명승 고적의 그림을 보며 그곳의 정경을 더듬었던 유람법이다. 책은 이를 식물에 적용한다. 식물을 감상하며 더 큰 산수와 보이지 않는 자연을 상상한다. “요즘엔 쉴 때 그저 ‘멍’하게 있는 걸 좋아하잖아요. 요즘 말로 와유법은 일종의 ‘풀멍·꽃멍·식멍’인 셈이죠.” MZ세대를 중심으로 놀이처럼 번지고 있는 ‘∼멍’은 온전히 현재에 집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박 실장은 이것이 조선의 와유법뿐만 아니라 19세기 영국 시인 존 클레어의 ‘내려앉기’ 개념에서도 나타난다고 부연했다. 이는 한마디로 식물의 눈높이로 앉아서 작정하고 관찰하는 것이다. 자연의 미세한 움직임을 들여다보는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침잠을 시인은 ‘채집 황홀’이라고 표현했다. 박 실장은 “오로지 관찰 대상에 집중함으로써 걱정과 불안감을 분산시키는 것이죠. 그럴 때 우리는 온전히 현재에만 집중할 수 있고, 진정한 의미의 ‘카르페 디엠’을 실현하게 됩니다.” # 초보 식물 집사를 위한 팁… 가드너의 최애 식물은 일터에서 충분히 자연을 만끽하면서도, 박 실장과 그의 수목원 동료들은 사무실 책상 위에도 각자 애호하는 꽃이나 식물을 반드시 둔다. 그는 “반려식물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왜 아직도 안 키우느냐’고 추궁하는 편이다”고 했다. 하지만 ‘생명’ 아닌가. 섣불리 기르다가 상태가 나빠지거나 하면 위로는커녕 서로에게 상처다. 박 실장은 “죽이기도 쉽지 않은 식물들이 있다”며 “난도가 낮은 식물로 시작해 보라”고 조언했다. 아레카야자, 테이블야자, 알로카시아, 산호수, 산세비에리아 등. 그는 집보다 회사 책상을 먼저 권했다. 눈이 자주 닿는 곳에 두고, 주변 ‘식물 덕후’들과 커뮤니티를 이뤄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동기 부여가 된다. “새순이 나는 것도 경험해 보고, 기뻐도 해 보고, 조금씩 건강해지는 마음을 느껴보세요.” 여러 권의 식물 책을 썼고, 전문적인 정원사인 박 실장이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식물도 화려하기보다는 은근한, 그리고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종류라고 했다. 대표적인 게 ‘아프리칸 바이올렛’. 온도와 습도가 늘 일정하게 유지되는 아프리카 우삼바라산에서 발견돼 보급된 이 식물은 인간의 실내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물은 일주일에 한 번, 분갈이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하는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조용히 있다가 가끔 꽃 한 송이씩 피워줘 기쁨을 누리게 한다. “늘 내 옆을 지켜주는 느낌이 들어요.” 박 실장은 식당에 가서도 메뉴판보다 식당 안 화분 상태를 먼저 본다. “식물 잘 기르는 집이 음식 맛도 좋다”는 고집스러운 철학이 있다. “식당에 들어갔는데 식물에 병해충이 생겼거나 화분 관리가 잘 안 돼 있는 걸 보면 일단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위생 상태나 맛에 문제가 있을 것만 같고…. 약간 이상한데, 나름 합리적인 기준 아닌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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