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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이건 재난이었다".. 경기도민 기자가 겪은 공포의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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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8Lv 116
조회 수1,186

비 예보를 봤지만 자차로 출근했다. 저녁 약속 후 조금이라도 일찍 집에 가기 위해서였다. 서울 용산 회사에서 지하철역이 없는 경기도 성남시 자택까지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가량. 운전을 하면 아무리 차가 막혀도 1시간 안엔 간다. ‘빗속 운전을 안해본 것도 아니고 천천히 달리면 괜찮겠지.’ 안일한 생각이었다. 이날이 2022년 8월 8일, 서울에 역사상 가장 많은 비가 내린 날로 기록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용산 서빙고로에 위치한 세계일보에서 오후 8시55분 주차장을 나섰다. 굵어진 빗방울이 차를 무섭게 때렸다. 전조등을 켜고 와이퍼 속도를 최대로 올렸다. 비 때문에 차선을 보기 어려웠다. 앞 차의 후면 라이트와 신호등을 보며 천천히 따라갔다. 반포대교로 향하기 위해 삼각지역에서 우회전을 했다. 비가 더 거세졌다. 앞차가 비상등을 켜길래 따라 켰다. 조심조심 차를 몰아 한강을 건넜다. 이 때까지만해도 ‘그래, 이렇게 가면 되지. 잘 하고 있어’라며 스스로 다독여 침착함을 유지했다. 평소와 같이 경부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강남성모병원 앞에서 좌회전했다. 이 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조금 전진하니 반대편 도로가 이미 강이 되어 출렁이고 있었다. 용감한 차량 몇 대가 바퀴가 3분의 2쯤 잠기는 그곳을 지나고 있었고 한 차량은 시동이 꺼져 차 주인이 우산을 쓰고 밖에 나와 있었다. 뉴스로만 보던 차량 침수 상황을 코 앞에서 목격한 건 처음이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내 앞에도 커다란 연못이 생겨 있었다. 이미 많은 차들이 뒤엉켜 우회할 수는 없었다. 아비규환이었다.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침을 크게 삼키고 물을 건넜다. ‘휴, 살았다’라고 생각했지만 앞으로 두 시간을 더 운전하게 될 거란 걸 이 때도 몰랐다. 삼호가든 사거리 쪽으로 다가가니 길 건너 차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경부고속도로 집입로까지 꽉 막힌 것 같았다. 우회하는 게 낫겠다 싶어 교대역 방향으로 우회전 했다. 법원쪽은 오르막이니 침수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웬걸. 신호는 초록색인데 차들이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비 때문에 앞 상황을 알 수도 없었다. 거북이 걸음으로 10여분 전진한 뒤에야 왜 차들이 우물쭈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주유소 앞쪽에 바다가 생겼고 그 앞에서 차들이 유턴을 해야할지 건너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내 앞에서 용기를 낸 몇몇 차들은 안타깝게도 물 속에 갇혀버렸다. 도저히 지나갈 수 없겠다는 판단에 차를 돌렸다. 늦더라도 아까 그 길로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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