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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생활 속 놀이 같은 환경교육 '지구 파수꾼'이 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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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8Lv 116
조회 수926

경기 시흥시 월포초에는 특별한 ‘분리수거장’이 있다. 언뜻 보면 블록으로 만든 장난감 자동차로 착각하게 하는 네모 상자들은 월포초 학생들이 ‘탄소 블록’으로 제작한 분리수거함이다. 탄소 블록은 일종의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보기에는 플라스틱 같지만, 나무로 만들어져 잘 썩는 친환경 제품이다. 모양 자체는 장난감 블록 형태로 돼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머릿속에 구상한 것을 놀이처럼 만들고, 재밌게 구현해낼 수 있다. 탄소 블록을 활용해 색다른 교내 분리수거장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낸 건 이 학교의 모란(40) 교사다. 모 교사는 과학을 주요 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는데, 이 때문인지 특히 기후 환경 분야 교육에 대한 애착이 깊다. 교과 수업과 학생들의 삶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 수업을 준비하는 게 일상이다. 탄소 블록 분리수거함을 만들게 된 것도 쓰레기 배출과 환경보호에 대한 수업을 준비하면서였다. 학생들이 직접 분리수거장을 꾸리고 어떠한 것들을 분리해서 배출해야 하는지 학습하고 토의하다 보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모 교사는 “학생들이 탄소 블록에 사용된 신소재 CXP를 직접 다뤄보면서 새로운 과학 지식을 알게 됐고, 블록으로 다양한 모양을 디자인하고 구성하면서 결과물을 만드는 데 굉장한 흥미를 보였다”면서 “직접 분리수거장을 구성해서 그런지 이제는 종이, 플라스틱, 병 분류도 척척 잘한다”고 말했다. 모 교사는 탄소 중립 포인트를 활용한 환경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월포초는 환경부에서 제공하는 ‘기후행동 1.5℃’ 앱을 활용한 탄소 중립 활동을 학교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다. 지구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기후 행동 실천과 일지 쓰기 등을 독려하는데, 학생들 참여가 처음에는 저조했다고 한다. 모 교사는 탄소 중립 활동이 왜 필요한지,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내는지 가랑비에 옷 젖듯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모 교사의 노력 덕분일까. 이제는 학생들이 모 교사가 묻지 않아도 “선생님, 어제 고기 안 먹고 채소 먹었어요” “선생님, 엘리베이터 안 타고 1층부터 15층까지 걸어갔어요” 등 본인들의 실천 내용을 자랑한다고 한다. 생활 속 문제점도 스스로 찾아낸다. 한번은 모 교사가 ‘기후환경을 생각하는 캠페인’ 활동을 끝내고 학생들에게 대나무 칫솔을 기념품으로 선물한 적이 있다. 종이 박스 안에 대나무 칫솔이 비닐 포장돼 있었는데, 학생들은 “환경을 생각한 기념품인데 비닐이 웬 말이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과대 포장이나 비닐 사용의 문제점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하루하루 탄소 중립 일기를 쓰면서 지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고 실천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며 “작은 변화들이 모여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 교사는 기후 환경 변화로 인해 과학 수업 시 매년 난감한 상황을 마주한다고 토로했다. 6학년들에게 ‘지구와 달의 운동’을 가르칠 때 교과서에는 여러 날 동안 달의 모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하여 기록하는 과제가 나와 있는데, 대부분의 날이 뿌옇게 흐려 달이 관측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5학년들에게 ‘태양계와 별’을 가르칠 땐 북극성을 찾는 활동을 과제로 내줘야 하는데, 하늘에서 별 찾기가 너무도 힘들다는 것이다. 모 교사는 “지금 아이들은 별과 북극성을 하늘이 아닌 유튜브나 앱을 통해 확인해야 하니 안타깝다”며 “학생들이 다시 밝게 빛나는 별을 볼 날이 올 수 있도록 모두가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 교사는 학생들에게 “알면 반드시 행동하라”고 당부했다. 배우고 아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주변 환경은 결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 교사는 “아이들은 말보다 그 어른의 행동을 보고 더 많은 것을 배운다”면서 “백 마디 말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직접 행동하는 모습으로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참된 스승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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