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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학제 개편' 딜레마에서 빠져나오려면

울트라맨8

Lv 116

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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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출범 석 달 만에 수렁에 빠졌다. 고물가란 민생위기 앞에서 잇따른 인사참사와 이전 정권 북풍몰이에만 골몰하는 모습에 지지율은 연일 새로운 바닥을 확인하는 중이다. 어쩌면 바닥 뚫기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장관 인선 지연으로 정부가 뒤늦게 일을 시작했는데도, 처음부터 미숙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7월 29일 새 정부 업무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취학연령을 현재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낮추는 학제 개편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고, 대통령은 조속히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취학연령을 하향한다고 알려지자마자, 한 주간 공론장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졸속 추진이란 비판이 각계각층에서 쏟아졌고, 정부 역시 정책 폐기와 고수 사이에서 갈팡질팡 행보를 보였다. 결국 윤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온 8월 8일, 박순애 전 부총리는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학제 개편 등 모든 논란은 제 불찰”이라며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첫 교육부총리 지명자였던 김인철 후보자의 낙마에 이어 인사청문회도 없이 부총리로 임명 강행한 지 34일 만에 다시 교육부의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이쯤 되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차분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비판 여론 일색이었지만 학제 개편 역시 다른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나름의 취지와 장점이 있는 ‘딜레마 속의 정책’이다. 동시에 여러 효과와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는 큰 틀의 제도 개혁이다. 사교육 업체들의 주가 일제히 올라 모든 정책은 장점과 단점이 있다. 따라서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딜레마를 직시해야만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부작용 또한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필자는 주장해왔다. 또한 그렇게 정책을 딜레마 관점으로 보면 역설적으로 그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해낼 수 있으며, 그 방법으로 네가지가 있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학제 개편도 무엇이 문제였는지, 이 네가지 방법을 기본 틀로 따져보고자 한다. 첫째, 정책은 ‘조합(policy mix)’이어야 한다. 학제 개편은 교육의 기본 틀을 바꾸는 것으로 본래 여러 정책의 조합일 수밖에 없다. 이번 학제 개편에선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조정’이란 단일 정책만이 의제화됐다. 정부가 내세운 이유는 ‘출발선상의 공정함 보장’이었다. 하지만 취지와 정책의 관계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 유치원, 어린이집, 가정보육을 하는 아이들을 1년 먼저 학교에 데려온다고 출발선상의 공정함이 보장될까. 지금 만 5세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부터 공정함을 보장하려면 보육의 질을 개선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공통과정인 ‘누리과정’을 내실화하는 게 우선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을 천명한 유보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 과정을 통합)조차 지난 20여년간 제대로 된 진전이 없이 지난한 시간을 보냈다. 보육의 수준을 높이려면 어떻게 유보통합을 하느냐가 중요한데도, 이 정부는 유보통합의 로드맵 대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돌보던 아이들을 1년 일찍 학교에 입학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큰 틀을 바꾸는 정책을 발표하면서도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는 정책들을 고려하지 않은 셈이다. 즉 정책을 조합의 관점으로 보지 못했다. 오히려 초등학교에서 저학년생들이 적응하기 어렵고, 이 빈틈을 채우는 사교육이 존재하는 형국이다. 실제로 시장의 반응은 노골적이다. 정부의 학제 개편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주식시장에서 사교육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보육단계뿐 아니라 초등교육에서도 ‘입학연령 조정’보다 시급한 정책들은 차고 넘친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겐 돌봄과 놀이교육이 중요한데도 우리의 공교육은 대부분 교과과정 중심의 ‘40분 강의식 수업’으로 대표되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린이집·유치원보다 조기 귀가하는 문제로 많은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는 시기도 자녀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다. 그나마 초등학생의 하교시간을 연장하는 방과후학교, 초등 돌봄교실 등은 법적인 기반도 없이 학교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노동으로 유지되는 현실이다. 초등학교 내 돌봄 기능의 강화는 매우 절실하고도 시급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퇴행의 연속이었다. 이 문제는 공론장에서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교사노조와 돌봄노조의 갈등으로만 치부돼왔다. 지난 정부에서 코로나19 확산기인 2020년 5월, 유은혜 전 교육부총리가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를 ‘학교 사무’로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표했으나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의 반대로 3일 만에 철회했다. 이처럼 초등학교 차원에서도 해묵은 과제들이 넘쳐나는데, 선행하고 병행할 정책이 무엇인지조차 구분 못 한 채 엉뚱한 입학연령 조정이 불쑥 튀어나온 셈이다. 정책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방법은 ‘타이밍’과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번 학제 개편은 타이밍과 커뮤니케이션이 이렇게까지 나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정부가 제대로 준비해 발표해야 할 중차대한 정책인 학제 개편이 교육부총리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한두마디 발언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사실상 아무런 준비와 전략 없이 공론화를 시작했다. 심지어 언론에 보도된 대통령과 박 전 부총리의 발언도 부적절했다. 박 전 부총리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한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돌봄센터라는 학교보다 낙후된 시설에서 더운 날에 아이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게 가슴 아팠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그런데 복지부가 운영하는 ‘다함께 돌봄센터’나 최근 윤 대통령이 방문했다고 알려진 지역아동센터 등에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학생이다. 이들은 입학연령을 앞당겨도 여전히 돌봄센터에 머문다. 박 전 부총리의 설명으로 학제 개편은 ‘대통령의 무지에서 출발한 정책’이 되고 말았다. 해법이 원인이 된 저출생 대책들 이전 정부에서도 입학연령을 앞당기는 학제 개편을 논의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나온 이유가 ‘입직과 결혼 연령을 앞당겨 저출생에 대응한다’였다. 이런 대응 자체가 우리 사회가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생을 유지하는 원인이다. 즉 해법이 원인인 셈이다. 무슨 의미냐 하면 사람을 무언가의 수단으로만 삼는 문화로 인해 사람이 불행해졌고, 그 결과가 저출생이다. 대부분 저출생 대책의 취지가 ‘사회를 위해 아이를 낳으라’이고, 그동안 교육부가 학제 개편을 추진한 취지 역시 ‘입학연령을 앞당길 테니 빨리 졸업하고 결혼해 애 낳으라’였다. 보육의 질적인 개선, 학교의 돌봄 기능 강화 등 정작 필요한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서 저열한 인식에서 나온 단편적인 대책들만 난무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율이 OECD 평균의 반토막인 0.81명(2021년 기준)을 유지하는 것도 기이하다. 박순애 전 부총리는 이번 학제 개편이 ‘저출생 대응’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당연히 일찍 입학해서 일찍 나와 결혼 연령도 빨라지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저출생 대응 효과)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발언했다. 저출생 대응이 학제 개편의 목적은 아니지만, 효과일 순 있다는 의미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보다 노골적이다. 임 교육감은 지난 8월 3일 “교육부가 추진하는 취학연령 하향 조정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현시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학제 개편' 딜레마에서 빠져나오려면[윤형중의 정책과 딜레마](8)

'학제 개편' 딜레마에서 빠져나오려면[윤형중의 정책과 딜레마](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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