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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장관 사퇴·정책 폐기 '상처뿐인 학제 개편'

울트라맨8

Lv 116

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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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9

폭풍 같은 열흘이었다. 예고없이 돌출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이 사실상 폐기되고, 운을 띄운 교육부 장관이 사퇴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아마추어리즘’의 그림자는 한층 짙어졌고, 국정 철학이 부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보다 커졌다. 정책 추진의 배경은 무엇인지, 그간 입장차를 보이던 이해관계자들이 왜 한목소리로 반대했는지, 남은 쟁점은 무엇인지를 되짚어 봤다. 교육정책은 100 대 0이 없다. 정책의 영향이 광범위한데다 이해관계도 난마처럼 얽혀 모두가 찬성하는 정책, 모두가 반대하는 정책을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 어려운 것을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해냈다. 박 장관은 지난 7월 29일 윤 대통령에게 첫 업무보고를 하면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향은 즉각적이었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이해당사자인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물론, 초등학교 교사들도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학생·학부모·교원 13만명을 상대로 최근 실시한 설문에서는 97.9%가 이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위를 시민 전반으로 넓힌 여론조사에서는 76.8%가 반대 의견을 냈다(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 8월 8일 여론조사). 과정 없는 정책에 여론 폭발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정책의 옳고 그름은 둘째 문제고 정책 추진 과정이 잘못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접근법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송현석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일반적인 정책 결정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교육정책은 보통 3년 예고제를 한다. 정책 대상자, 이해관계자가 많으니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먼저 교육부 내부 논의를 거친다. 이 정도 규모 정책이면 대통령보고 전에 수차례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 시민들을 설득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유치원부터 초·중등교육 정책을 수행하는 시·도 교육청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국회와 당정 협의를 하고, 교원단체 등 이해관계자 의견도 청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던진다? 그건 천부당만부당한 것.” 이번 정책은 과정 상당수가 생략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8월 4일 국회 토론회에서 “저를 비롯한 17개 시·도 교육감들은 언론보도를 보고야 취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에 대해 알게 됐다”며 “무거운 과정이 너무 가볍게 이뤄졌다”고 했다. 교원단체나 영유아 교육기관, 학부모 등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다. 물론 이 지난한 과정을 축약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도 존재한다. 대선 등 주요 선거에서 대표적인 공약으로 등장해 첨예한 논쟁과 검증을 거친 경우다. 그러나 만 5세 취학 정책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국정과제도 아니었다. 파급력 큰 정책이 어디서 갑자기 돌출했을까. 적어도 교육부 내부 논의 과정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8월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교육부 업무보고에 만 5세 입학 방안이 들어가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업무보고 내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가교육책임제를 강화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취학연령 1년 하향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며 “관련된 실국하고 다 토의를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 설명에도 의문은 꼬리를 문다. 취학연령 하향 정책은 김영삼 정부 때 시작해 거의 모든 정부에서 한 번 이상 검토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고위 당정회의에서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안을 내놨지만, 교육계는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당시 한국교육개발원은 효과보다 혼란이 더 크다는 취지의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에도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취학연령 하향안을 검토했지만, 학제 개편에 따른 혼란 등을 이유로 교육부가 반대 의견을 내면서 논의는 시작도 전에 중단됐다. 2019년 취학연령 하향 등 학제개편 관련 연구보고서를 냈던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교육부 관료들이 교육 문제는 민감해서 한 번 던져보고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왜 대통령 첫 업무보고에 포함되게 그냥 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당국의 뚜렷한 설명이 없다 보니 추측만 무성하다. 교육계에서는 3~4가지 추정이 떠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에서 논의됐던 안을 박순애 장관이 다시 꺼내들었다는 가설이 대표적이다. 실제 박 장관은 지난 7월 29일 정책 추진 배경에 대해 “내용들이 갑자기 떨어진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인수위에서 우리 대통령께서도 학제 개편에 대해 말씀을 하셨다”라고 했다.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017년 대선에서 취학연령 하향을 포함한 학제 개편을 공약했다는 점도 이 같은 추정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제가 아는 한 공식 안건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교육개혁에 대해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에 교육개혁 전체와 핵심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갔다면 소모적 논란에 머물지 않았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학제개편안과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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