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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찾아가는' 복지와 '찾는 이 없었던' 죽음

울트라맨8

Lv 116

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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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5

기자 초년에 전방 일대의 지뢰 유실 문제를 취재한 적이 있다. 전쟁이 멈추고 반 세기가 흐른 뒤에도 폭발 사고는 접경 유역 광범위에 걸쳐 벌어지고 있었다. 유실된 지뢰를 잘못 밟아 신체가 절단되거나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이 당국의 통계에도 잡히지 않은 채 잊혀가고 있었다. 지뢰 사고는 최소가 중상이다. 그 참사를 3대에 걸쳐 입은 가족도 있었다. 젊은 아들과 어린 손주가 산에서 지뢰를 밟아 목숨을 잃었고, 늙은 어머니도 몇 해 뒤 지뢰를 건드려 한 쪽 발을 잃었다. 강원도 어느 접경 마을의 일이었다. 팔순이 다 된 노인은 혈육들을 잃고 홀로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살고 있었는데, 관으로부터 어떠한 보상도, 복지적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노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기억을 의외로 담담하게(그 점이 더욱 가슴 아팠다) 증언하고는, 말미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그 말의 뜻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말 뒤에는 필시, '(죽지 않고 살아서) 내가 이 고통을 당하고 삽니다.' 라는 말이 숨겨있었을 것이다. 아들·손자를 잃고 본인도 장애를 안은 채 살아가는 노인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고통의 궁극적인 탓을 '자신'에게 돌리고 있었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남았기 때문에……" 그러나 잘못은 '죽지 않았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리되지 않고 유실된 지뢰에 있었고, 그 지뢰를 제거하지 않은 당국에 있었고, 피해자들에게 보상하지 않은 정부에 있었을 것이다. 할머니는 자신을 부양해줄 가족도, 마땅한 재산도 없이 곤궁하게 살고 있었지만, 영세한 가게가 있다는 이유로 이렇다 할 복지 혜택조차 못 받고 있었다. 그는 보상이나 지원을 청구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듯했다. 벽촌에서 홀로 살아가는 노인이, 소송 등의 법률 대응이나 까다로운 행정 절차를 도모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바로 그럴 때 작동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찾아가는' 행정과 복지 체계다. 재해의 잘못이 피해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유책 기관에 있는 것이고, 따라서 국가가 응당한 보상과 수습에 나선다는 이 기본적인 시스템... 적어도 20년 전 당시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고, 지금도 크게 달라진 바는 없는 듯하다. 올 여름 장마로 큰 피해가 났다. 사망과 실종이 속출했고 대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침수·산사태가 줄을 이었다. 복구 과정에서 유실된 지뢰가 터져 50대 굴착기 기사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수해를 입고 대피한 사람은 8천 명에 육박한다. 피해 가구는 통상, 관할 주민센터에 피해 내역을 신고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게 되는데, 이 절차부터가 고역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새통을 이루는 창구 앞에 줄을 서는 것도 그렇거니와(복구로 한시가 급한데…), 피해 발생 당시의 상황을 일일이 사진이나 영상 기록으로 남겨 제출해야 한다는 점도 그렇다. K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피해 주민은 "(집에) 물이 들어왔는데 사진 찍을 시간이 (어디)있냐"고 따져물었다. 이번에 KBS 동료 중에도 침수 피해를 입은 사례가 몇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비슷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내가 이번에 이재민이 되어보니까 말이야, 경황이라곤 하나도 없더라고... 언제 사진 찍고, 영상 찍고... 그럴 틈이 어딨어." 그럼에도 피해의 '증거'를 가지고 오라 요구하는 건 이른바 '찾아가는 행정, 찾아가는 복지' 기조와는 어긋나는 일이다. 이번 호우로 피해가 발생했던 모 아파트 단지에는 보험사의 '이동 보상 서비스센터'가 차려지기도 했다는데, 말 그대로 '찾아가는' 서비스란 바로 그런 것일 터이다.
[데스크 칼럼] '찾아가는' 복지와 '찾는 이 없었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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