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IX50을 출고하고 1000km 정도 운행하며 전기차의 오너십에 관해, 과연 시기상조인지 아닌지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일단 주행거리를 보자면, 제 차 기준으로 동절기 고속도로 주행이라는 가장 안 좋은 조건에서도 과속만 하지 않으면 대략 4.5km/kWh 전후의 전비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완충 기준 대략 500km 내외를 갈 수 있는 셈이죠.
다만, 충전에는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20%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는 충전기를 찾아야 해서 심리적으로는 대략 400km 정도가 최대 주행거리로 느껴집니다. 즉, 서울 사는 분이라면 대강 충청권 정도까지는 충전 신경쓰지 않고 다닐 수 있다는 뜻입니다.
충전도 의외로 제게는 스트레스보다는 편의요소로 느껴졌습니다. 집밥 충전을 ‘우리집 주차장에 있는 80% 할인되는 미니 주유소’ 에 비유하는 분을 본 적이 있는데 느낌상 거의 똑같습니다.
내가 원할 때 딱 필요한 만큼만 스마트하게 연료(전기)를 채워서 주행할 수 있으니 너무 편하고 가격도 휘발유의 1/5 이하로 경제적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충전을 시켜줘야 하는 약간의 노고가 있지만 솔직히 경제성과 주행질감의 장점이 너무 크다 보니 이 정도의 번거로움이 단점으로 느껴질 정도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왕복 400km이상의 장거리 주행시에는 어쩔 수 없이 외부에서 충전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추가되기는 하나, 땅이 좁고 인프라 구축에 진심인 우리나라답게 100kw급 급속충전기라면 이제는 웬만한 읍면리에도 두어곳 이상씩 있고, 아직은 보급률이 좀 부족하긴 하지만 350kw급 초급속 충전기도 전국 주요 거점들에는 설치가 되어 있어 충전 계획만 잘 세운다면 충전으로 큰 불편은 겪지 않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350kw급 초급속을 부지런하게 잘 찾아다니면서 이용한다면 전비가 비교적 낮고 충전속도가 느린 편인 제 iX50 기준으로도 대략 30분에 최소 25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니 더 이상 충전이 장거리 주행의 족쇄는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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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생각하기론 30분에 250km, 대략 60% 정도밖에 못 채우는 셈이니까 “만충(100%) 하려면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 이상을 휴게소에서 죽치고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그건 내연기관 마인드고 전기차 운영의 기본은 무조건 만땅이 아닌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충전하는 것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을 당일치기로 왕복해야 하는 극단적인 미션이 떨어지더라도 (총 거리 800km) 집에서 완속으로 만충 후 출발할 시 만충 주행거리 (보수적으로 400km)에 내려갈 때 한 번 (+250km), 올라올 때 한 번 (+250km) 정도 딱 두 번만 충전하면 주파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말인즉슨 장거리 주행 일정이 잡힌다면 충전을 어디서 할지, 만약 원래 계획한 충전소가 만차거나 고장
상태라면 대신 어디로 갈지 같은 계획을 미리 세워놔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습니다.
이런 사전계획도 여행의 일부로 생각하고 즐길 수 있는 차주라면 전기차로 장거리를 다니더라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것이고, 이것저것 계획하고 신경 쓰는 것 귀찮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역시 불편함이 앞설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IX 2주간 타면서 느낀 제 결론은 "이제 전기차가 덮어놓고 시기상조라고 불릴 시기는 지났다" 입니다. 부지런하고 계획적인 성격이라면, 그리고 집밥이 있다면 내연기관 차량 대비 딱히 많은 것을 희생하지 않고도 저렴한 연료비와 정숙하고 경쾌한 주행질감 등 전기차의 장점들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과연 제 생각이 맞는지 앞으로 몇달정도 더 타보고 또 소감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BMW iX 23년식
xDrive 50 스포츠 플러스 P0-1
1억 4,580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