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자유주제

굽어 돌아가는 길

나리나라63

Lv 36

24.06.17

view_cnt

377

굽어 돌아가는 길 / 박노해 올 곧게 자란 소나무보다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아름답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 휘청 굽이 친 강줄기가 더 정답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 보다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하지 말아라. 돌아서지 말아라 삶은 가는 것이다. 그래도 가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는 것. 곧은 길 만이 길이 아니다. 빛나는 길 만이 길이 아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이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이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이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가장 먼저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