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의 모태는 작은 자전거 공장이었다. 이후 바이크를 생산했으며 자동차를 만들고 F1까지 진출한 바 있다. 로봇 아시모를 만들고 비행기 제작까지 성공한 일본 내 자동차 브랜드이기도 하다. 대중적인 자동차 브랜드지만 여느 스포츠카 브랜드 못지않은 고성능 스포츠카 라인업을 보유했던 이력도 있다. 그것이 혼다고 이러한 도전 정신 덕분에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혼다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F1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결국 철수하기도 했다. 일본 경기 침체, 미국발 금융 위기와 지속된 리콜 사태 등까지 많은 산을 넘기도 했다.
그런 혼다가 다시 새로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F1에 복귀했을 뿐 아니라 고성능 스포츠카 NSX를 부활시키는 중이다. 새로운 시빅 타입 R은 전륜 구동 차량으로써 뉘르부르크링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일본 및 유럽 소비자들을 위해 새롭게 내놓은 모델이 경차인 S660이다.
S660은 경차와 오픈카, 미드십 스포츠카가 결합된 독특한 컨셉의 크로스오버다. 또한 20년만에 다시 부활한 혼다의 경형 스포츠카라고 할 수 있다.
생김새는 앙증맞다. 뒤로 밀었다가 놓으면 앞으로 갈 것 같은 느낌도 준다. 정말 장난감 같다. S660은 일본의 경차 기준을 따라 제작됐다. 때문에 국내 경차보다도 훨씬 작은 크기를 갖는다. 전체 길이는 3.4미터, 폭은 1.48미터에 불과하다. 무게도 800kg대 수준이다.
실내 역시 매우 단촐하다. D컷 스타일의 스티어링휠과 속도계를 크게 표시한 계기판. 센터페시아에도 오디오와 공조장치 조작을 위한 버튼 몇 개 정도만 나열된 모습이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마치 애프터마켓 모니터를 별도로 부착한 듯 보인다. 도어 패널은 카본을 연상시키도록 디자인 됐다. 하지만 플라스틱 패널이 고급스럽지는 않다.
루프는 수동으로 열고 닫아야 한다. 내부 고리를 풀고 레버를 당긴 후 둥글게 말아주면 된다. 루프 패널은 차량 보닛 안쪽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 넣는다. 협소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방도 수납되지 않는 공간이다.
엔진이 운전석 뒤에 위치한 미드십 구조다. 덕분에 무게 배분은 45:55로 나뉜다. 엔진룸 속에는 앙증맞은 3기통 엔진이 위치하고 있다. 터보차저가 정말 작다. 귀엽게 느껴질 정도다. 엔진과 연결된 인테이크 부분도 장난감처럼 가늘고 작다. 터보 엔진인 만큼 인터쿨러도 갖추고 있다. 인터쿨러 면적도 손바닥 크기다. 차가 작으니 부품들도 모두 작아졌다.
이렇게 모든 것이 작아진 만큼 실내 공간도 협소하다. 운전석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몸을 구겨 넣어야 한다. 팔이 도어패널에 닿는 것도 일쑤다. 이동을 위해 팀원과 함께 탑승하니 우리가 차에 탑승 것인지 차를 입은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수준이다.
편의 장비는 에어컨과 라디오 정도. 이정도 되니 버튼식 시동 방식마저 사치스럽다 느껴진다.
시동이 걸렸을 때 느껴지는 것은 등 뒤에서 전해지는 소음과 진동이다. 사실 660cc의 배기량을 갖는 만큼 혼다가 만든 바이크 같은 사운드를 기대했었다. 차량 특성 및 3기통 구조에 따른 진동은 이해할 수 있지만 엔진 사운드 자체만 놓고 보면 실망감이 커진다.
아이들 사운드부터 측정해봤다. 51 dBA이다. 아마도 우리팀이 측정한 이래 최고 수치가 아닐까 싶다. 약 8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할 때 발생하는 소음은 73 dBA 수준이었다. 일반 차량이라면 최대가속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작은 차체와 미드십 엔진 채용에 따른 구조적 한계다. 소비자는 당연히 이를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적어도 S660은 그런 모델이다.
S660과 함께 도로에 들어선다. 마치 스머프라도 된 기분이다. 국산 경차가 이보다 크게 느껴졌던 경우가 있었던가? 기아 레이가 스타렉스처럼 느껴진다. 현대 쏘나타, 쉐보레 말리부 마저 마이바흐나 롤스로이스 팬텀과 같은 크기로 비춰진다.
차가 작고 시트 포지션이 낮은 만큼 실제 속도 대비 체감 속도가 상당하게 느껴진다. 그보다 인상적인 것은 스티어링휠을 돌렸을 때다. 양산차 카테고리에서 그 어떤 차보다 민감하고 직관적인 느낌이다. 마치 카트를 타는 것과 같다.
승차감은 떨어진다. 서스펜션이 매우 단단하기 때문이다. 일반 도로 환경에서 불편함이 느껴지는 수준이다. 노면이 거칠어 지면 차체가 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디자인을 이유로 S660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 성능을 끌어내본다. 다른 CVT들 처럼 엔진회전수를 끌어올린 이후 속도만 상승시키는 모습을 보인다. 660cc급 엔진인 만큼 빠른 가속감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국산 경차보다는 한결 여유롭고 빠른 가속이다. 변속기는 수동 모드 설정 때 7단으로 나눠진다. 수동모드서의 조작은 스티어링휠에 위치한 패들을 이용한다. 직수입의 특성상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물론 변속은 왼손으로 한다.
최고 속도는 속도계 기준 136km/h 내외다. 속도가 높아지자 윈드실드와 소프트톱이 맞닿는 곳에서 바람이 들어온다. 일반적인 오픈카라면 굉장히 큰 문제로 지적될 요소다. 하지만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컨셉트를 앞세우고 있는 S660이기에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고속 주행시 느껴지는 주행 안정감도 경차로써는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하드한 서스펜션과 민감한 스티어링, 시끄러운 소음으로 인해 장거리 주행의 피로도가 상당한 편이다. 즉, 펀카의 개념이 아닌 장거리 투어용으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S660에는 64마력과 10.6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660cc 가솔린 터보엔진이 탑재된다. 일본의 경차 규제에 맞춰졌기 때문에 출력을 64마력 이상으로 높일 수 없다. 실제 구동출력을 측정해본 결과 49마력과 8.6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 가량의 손실이다. 수동변속기가 탑재됐다면 보다 좋은 효율을 보였을 것이다. 참고로 CVT는 실 출력보다 다소 낮게 출력이 표출되기도 한다.
어쨌든 두 자리수의 출력과 한 자리수의 토크가 우스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가벼운 무게를 바탕으로 출력의 부족함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우리팀이 측정한 S660의 무게는 834kg에 불과했다.
고정밀 계측 장비를 통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13.5초로 나왔다. 아무래도 일본 경차의 한계가 나타나는 부분이다. 하지만 100km/h에서의 제동거리는 약 37.3m에 불과했다. 성능 좋다는 차들과 맞먹는 수준이다. 브레이크 페달 답력도 일반 승용차보다 강하다.
본격적으로 와인딩 코스를 달려볼 차례다. 지금까지 S660의 인상이 그리 좋지 못했을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시선을 받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제외하면 너무 작고 시끄럽다. 승차감도 나쁘다.
하지만 S660의 반전은 이제부터다.
핸들링과 코너링 성능이 좋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상상 이상이다. 예기치 못한 너무 높은 성능이 당황스럽다.
핸들링 성능은 일반 양산차의 범위를 넘어섰다. 레이싱카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카트를 타는 느낌과 흡사하다. 직관적이다라는 표현으로 부족하다. 스티어링을 돌리는 순간부터 차가 반응하기까지 지연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다.
휠베이스가 매우 짧기 때문에 후미가 따라온다는 개념 자체도 없다. 앞이 도는 순간 리어액슬도 즉각적으로 움직인다. 마치 앞바퀴 2개만으로 달리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불만이었던 서스펜션도 와인딩 로드에서 발군의 성능을 발휘하는 중이다. 어떠한 속도로 코너를 돌아도 차체를 한결같이 안정화 시켜준다. 횡G가 크게 걸리자 미약한 바디롤도 감지된다. 극단적일 것 같았던 서스펜션이지만 나름대로 일정 수준의 스트로크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차량 무게가 너무 가볍다 보니 일상 주행 때는 감지하지 못할 뿐이었다. 반면 차체 강성에는 제한이 따른다. 아무래도 작은 차체서 오는 구조적인 한계다.
코너링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서스펜션 외에 고성능 타이어도 이유가 된다. S660에 장착된 타이어는 요코하마가 내놓은 어드반 네오바(ADVAN NEOVA) AD08 R 사양이다. 쉽게 세미슬릭 타이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매우 작고 가벼운 차체와 수준 높은 서스펜션, 여기에 트랙용 타이어까지 장착하고 있으니 코너링이 좋다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실제 코너링 자체의 진입 속도 등은 어지간한 정통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였다.
저속 섹션을 달리는 중이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최고 횡G 값이 1.2G를 기록한다. 물론 우리팀이 보유한 정밀 계측장비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1G 이상을 넘나드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 동안 우리팀이 꼽아왔던 최고의 밸런스를 갖춘 스포츠카는 포르쉐 카이맨이었다. 하지만 S660과 비교하면 와인딩 로드에서 누가 더 빠를지는 장담할 수 없을 듯 하다. 분명 S660은 가속이 느리다. 하지만 코너 진입 한계 속도가 높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최소한으로 작동시킨 후 코너에 진입할 수 있다. 일부 저속 섹션에서는 가속을 전개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코너를 드나든다. 작은 차체 덕분에 좁은 1차선 도로 안에서도 라인을 잡는 것도 가능하다. 분명 일반적이지 않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정말 빠르다는 것이다.
마니아들에게 유명했던 만화 '이니셜 D'에 스즈키 카푸치노라는 차량이 등장했었다. 주인공 차량과 비교하면 형편 없을 정도의 출력이었지만 다운힐에서 말도 안되는 성능으로 주인공을 위협했다. S660을 타보니 만화 속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었다. 무게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내리막 길이라면 1톤을 훌쩍 넘는 스포츠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딩 코스에서 엄청난 성능을 뽐낸 S660이다. 하지만 경차다. 당연히 연비도 상당했다. 100~100km/h로 주행하는 환경에서 엔진 회전수가 높아졌음에도 20.7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또, 속도를 80km/h로 낮추자 연비가 25.8km/L까지 높아졌다. 특히 평속 15km/h의 답답한 시내구간을 통과하는 상황에서도 15.6km/L 내외의 연비를 기록했다. 디젤과 하이브리드와 견줘도 충분할 수준의 연비다.
S660은 두 가지 정 반대의 평가를 받았다. 먼저 패션카로써 일반적인 용도로 활용하기에는 단점이 너무 많다. 너무 작고 시끄러웠으며 실내도 좁았다. 편의장비도 없다. 승차감도 나쁘다. 하지만 달리는 즐거움을 아는 소비자들이 트랙이나 와인딩 주행용으로 접근한다면 어떨까? 신차를 기준으로 S660만큼의 가치를 보여줄 차고 없을 것 같다. 현재 S660은 3천만원대에 거래된다. 하지만 S660이 보여주는 감각을 느끼려면 1억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즉, 철저히 운전 재미만을 위해 탄생한 차라는 것이다.
혼다가 S660을 출시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해 물량인 8,600대가 완판 됐다. 이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S660 소비자 5명중 4명이 40대의 소비자라는 것이다. 이들은 화려한 스포츠카가 쏟아져 나오던 90년대를 보냈던 세대들이다. 당시는 마쯔다의 RX-7, 닛산 실비아,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스바루 임프레자 등의 전성기였다.
이 시기를 보냈던 세대들이 과거의 흥분을 재현하기 위해 S660을 선택한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들에게 있어 S660은 단순한 자동차가 아닌 과거를 회상하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낼 수 있는 타임머신의 역할 마저 해낼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 차를 소유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