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차도 문제 없다·어려운 주차도 한방에 OK..'사륜조향'의 마법

신차들의 덩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 도로 폭은 그대로인데 차선 가득 채우는 차 크기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형 SUV와 길이 5M가 넘는 플래그십 세단의 둔한 움직임을 해결하기 위해 제조사들이 사륜조향(4WS) 시스템을 확대하는 이유다. 최근 들어 국산차를 포함한 수입 신차 발표 자료에는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아이템이 있다. 차의 회전반경을 줄여줄 수 있는 4WS다. 1980년대 혼다가 스포츠카 프렐류드를 통해 상용화 시킨 4WS는 지금과 달리 기계식 구조를 채택했다. 운전자가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양에 따라 뒷바퀴가 움직이는 방식으로,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여러 문제를 일으키며 가능성을 엿보는데 그쳤다. 이후 전자장비가 급속도로 발전하며 뒷바퀴 조향은 전기모터가 담당하게 된다. 현대차 제네시스를 포함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랜드로버 등 내로라 하는 굵직한 제조사에서는 모두 4WS 시스템을 도입하는 추세다. 해당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선보이는 제조사는 벤츠다.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와 전기차 EQS 등을 통해 최대 10도까지 뒷바퀴가 꺾이는 4WS 시스템을 도입했다. S클래스와 EQS는 60㎞/h 미만의 속도에서 앞바퀴와 반대로 움직여 회전반경을 줄이고 60㎞/h 초과 시 앞바퀴와 동일한 방향으로 각도를 틀어 민첩함을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유턴 시 최대 2M의 회전반경을 줄일 수 있다. 길이 5M가 넘는 플래그십 세단이 단숨에 콤팩트 세단 수준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4WS는 주차 순간에도 빛을 발한다. 비좁은 구역에서 앞, 뒤로 여러번 차량을 움직여야 하는 경우 뒷바퀴 조향만으로 한번에 차를 넣고 뺄 수도 있다. 최근 선보인 신형 레인지로버와 부분변경 A8에서도 4WS가 기본 탑재됐다. 특히 랜드로버 라인업 가운데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레인지로버는 최대 7도까지 꺾이는 4WS 덕분에 11M에 불과한 회전반경을 자랑한다. 차체 크기는 대형 SUV지만 레인지로버 역시 콤팩트 SUV 수준으로 차체를 줄이는 마법이 가능하다. 국산차인 제네시스도 지난 8월 선보인 G80 스포츠를 시작으로 4WS 대열에 합류했다. 3.5도 각도로 꺾이는 G80 스포츠 역시 속도에 따라 앞바퀴와 다른 방향 또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민첩한 움직임을 돕는다. 올해 연말 출시를 대기 중인 신형 G90에도 4WS 기능이 탑재된다. 4WS 기능은 현재와 같이 단순히 조향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25일 90도까지 바퀴를 꺾을 수 있는 ‘e-코너 모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향, 제동, 현가, 구동 장치를 바퀴 하나에 접목시켜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로 성장시키겠단 포부다. 현대모비스는 e-코너 모듈을 통해 제자리에서 회전이 가능한 ‘제로 턴’, 바퀴를 90도 꺾어 옆으로 움직이는 ‘크랩 주행’ 등을 통해 도심 속 좁은 도로 환경에서의 주행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큰 차를 선호하는 유행은 코로나19 이후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좁은 도로 환경과 주차 시 불편함 등은 4WS와 같은 최신 기술로 어느정도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