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01년 9·11테러 배후자인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20년 추적 끝에 지난달 31일 새벽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의 집 발코니로 나온 그를 드론 공격으로 핀셋 제거했다. ‘닌자 미사일’로 불리는 헬파이어 미사일로 무장한 MQ-9 리퍼 ‘킬러 드론’은 알카에다 등 테러세력 조직에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드론은 출범 초기 공군기나 고사포의 연습사격에 적기 대신 표적용 무인기로 활용됐으나 갈수록 첨단무기화하고 있다. 요인 저격·암살용뿐 아니라 21세기 전장에서 공격·정찰용 드론 부대가 편성되면서 미래전의 총아로 자리잡고 있다. 드론은 용도에 따라 표적드론, 정찰드론, 감시드론, 다목적 드론 등으로 구분된다. 감시드론에는 핵무기 활동 감시용으로 1998년 도입한 글로벌 호크(RQ-4)가 있고 정찰과 공격이 가능한 드론에는 중형급인 프레데터(MQ-1)와 대형급인 리퍼가 대표적이다. 드론은 조종사 없이 무선전파 유도로 비행 및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군사용 무인항공기(UAV)를 일컫는다.
1. 테러 수괴 염라대왕 된 ‘킬러 드론’
알자와히리에 앞서 2017년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 2인자였던 아부 알마스리도 차량에 탑승한 채 하늘에서 날아온, 킬러 드론이 쏜 닌자 미사일에 의해 제거됐다. 그가 탑승한 차량 윗부분에만 둥그런 구멍이 뚫렸고 나머지는 멀쩡했지만 차량 내부 좌석은 갈가리 찢겼다. 2019년 6월 14일 알카에다 시리아 조직인 알누스라 전선 지도자 2명도 닌자 미사일에 목숨을 잃었다. 미군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 밖에서 일어난 자살 폭탄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호라산(IS-K) 고위급 2명도 닌자 미사일로 암살했다.
2. ‘하늘의 암살자’ MQ-9 리퍼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한 MQ-9 리퍼는 현존하는 가장 치명적인 요인 저격·암살용 드론이다. 미국 방산업체 제너럴어토믹스가 정찰과 공격 목적으로 개발한 ‘하늘의 암살자’ MQ-9 리퍼는 미국 본토에서 원격 조종하면서도 수천㎞ 거리에 있는 적국의 핵심 요인을 암살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성과 위력을 지녔다. 하니웰사의 900마력짜리 터보 프롭엔진을 달아 소리를 거의 안 낸다. 최고 시속 482㎞에 항속 거리는 5926㎞. 첨단 통신장비, 미사일까지 완전 무장한 채 14시간을 비행할 수 있다.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등 단 두 기관에서만 운용한다. 2020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 작전에도 투입됐다. 길이 11m, 동체 포함 날개 너비 20m에 기체 중량은 2.2t 정도다. 무기와 센서 등 탑재중량은 1.7t이며 최대이륙중량은 4.76t, 작전고도는 7.5㎞, 체공시간은 최장 28시간이며 완전 무장 시 14시간이다. 미군이나 일본이 보유한 해상초계기보다 작전시간이 월등히 길다. 리퍼는 7곳의 무기 장착대(하드포인트)에 AGM-114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14발 또는 AGM-114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4발, GBU-12 레이저유도폭탄 2발 등을 섞어 달 수 있다. AIM-92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도 운용한다. 유사시 해상 표적도 타격할 수 있다.
3. 6개 칼날 단 ‘지옥불’ 닌자 미사일
리퍼 드론에 탑재된 헬파이어 R9X 미사일은 적 수뇌부나 테러조직 지휘부를 비밀리에 암살하는 ‘참수작전’의 비밀병기다. 중세시대의 잔혹성과 최첨단 기술을 결합한 초정밀 유도미사일이다. 애초 전차 파괴 목적으로 개발됐다. 길이 160∼180㎝, 직경 약 18㎝에 무게 약 50㎏. 빠른 속도에 높은 명중률과 강력한 파괴력을 보이자 인간 표적용으로 개량했다. 이슬람 테러단체들이 여성과 아동을 공습을 막는 ‘방패막이’로 활용하면서 엉뚱한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반미 감정이 일어나자,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폭약이 든 탄두를 없앤 대신 빗맞을 것에 대비해 측면에 6개의 칼날을 붙였다. 칼날은 표적 충돌 직전 펼쳐져 주변을 갈가리 찢어놓는다. 칼날이 일본 자객 ‘닌자’의 암살용 검처럼 생겨 ‘닌자 미사일’로 불린다. 정확도는 조준점 반경 50㎝ 이내다. 닌자 미사일 사용이 공식 확인된 것은 10여 차례 된다.
4. 미국의 드론 개발 전략
1990년대 코소보 사태 때 미군이 정찰용 드론 프레데터를 시범 투입한 것을 계기로 드론은 전투의 중심에 등장하고 있다. 미군은 현재 정찰용·공격용 등을 포함해 최소 8000여 대의 군사용 드론을 확보하고 있다. 미군은 정찰·폭격·요인암살 기능을 동시에 가진 리퍼 등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 주요 분쟁 지역에서 적군 공격에 활용했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리퍼 8대를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 가노야(鹿屋) 해상자위대 항공기지에 7월 처음 배치했다. 리퍼는 약 1년간 배치되며 기체 운용과 유지·정비를 위해 150∼200명의 미군 병력이 상주한다. 리퍼 배치로 동중국해와 서해 등지에서 중국 해군의 활동과 불법환적 하는 북한 선박에 대한 감시능력이 크게 강화된다. 미군은 최근 중국·러시아 등의 드론 전력을 압도할 최신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5. 중국의 맹추격
중국군은 드론을 1300대 정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드론 개발을 위해 2013년 5억7000만 달러(약 7300억 원)를 투입한 데 이어 매년 15%씩 증액해 올해 투자액을 20억 달러(약 2조6000억 원) 수준으로 늘렸다. 국가 차원의 대대적 지원에 힘입어 윈룽(雲龍), 싼룽(三龍), 리젠(利劍) 등의 자체 공격·정찰용 드론 개발에 성공했다. 윈룽은 미국의 프레데터와 유사하고 싼룽은 글로벌 호크를 본떴다. 리젠은 스텔스 무인전투기와 유사하다. 질은 낮지만 가격이 싸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도 수출계약을 맺었다. 더구나 쿼드콥터형 드론 기술 개발과 생산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전 세계 민수용 드론의 70% 이상을 수천 개에 달하는 드론 기업이 생산하고 있는데, 저가형 드론은 중국제 비중이 압도적이다. 중국이 아직 고급형 드론과 무장탑재형 드론 개발에는 뒤떨어져 있지만 조만간 이스라엘과 미국 등 세계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무력 침공 위협에 직면한 대만도 공격용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만 국방싱크탱크인 국가중산과학연구원은 지난 4월 말 입법원에 적 발사 지점을 공략할 공격용 드론 개발 계획이 포함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일본도 최근 공격용 드론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6. 러, 우크라이나군 드론 공격에 타격
올해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곳곳에서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군에 상당한 타격을 입혀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21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 군은 2000대가 넘는 드론으로 무장하고 있다”며 큰소리쳤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 드론 운용은 기대 이하였다. 러시아 드론보다는 2020년 튀르키예(터키)에서 도입한 우크라이나 중형(中形) 무장드론 TB-2(Bayraktar)가 더 주목받았다. 미국이 프레데터에 무장을 장착한 시점이 2001년이었음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무장드론 개발은 17년이나 늦어진 셈이다. 러시아가 드론 개발에 뒤처진 이유는 먼저 1980∼2000년대 초가 드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시기였지만 공교롭게도 러시아 경제가 가장 어려웠던 기간과 겹쳐 국방 연구·개발(R&D) 인프라가 상당 부분 와해되었기 때문이었다.

美 'MQ-9 리퍼' 수천km 날아 敵 핀셋제거.. 中, 드론에 올 20억달러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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