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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재판 증거 '대화 녹음 금지' 추진에.."범죄 키운다"vs"악용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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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8Lv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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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 내용을 녹음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법조계에서도 찬반 양론이 뜨겁다. 통화 녹취록이 재판에서 핵심 증거로 사용되는 상황에서 법안이 시행될 경우 파장이 적잖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4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이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통화 등을 녹음했을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제3자가 타인간 대화를 녹음을 할 수 없도록 한 데서 더 나가 대화 참여자도 녹음할 수 없도록 한 법안이다. 법안에 부정적인 쪽에서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부당한 통화 녹음 등에 따른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상황에서 통화 녹음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자칫 법적 근거 확보나 사회 고발 등 녹음의 순기능을 억제하고 범죄의 피해를 키울 수 있는 과잉입법이라고 주장한다. 목격자가 없는 밀실범죄나 성범죄의 경우 사후적으로라도 녹취를 통해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통화 녹음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직장 상사의 갑질 사건이나 재벌 총수 일가의 가사도우미·운전기사 폭언 사건 등이 통화 녹음 등을 통해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현직 부장판사는 "민·형사 전반에 걸쳐 녹취 파일의 증거능력이 사라진다면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미 변호사는 "지금도 녹음으로 협박당하거나 피해를 보았다면 협박죄 또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고 음성권 침해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을 때 법원이 인정한 사례도 있다"며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 통화 녹음 자체를 불법으로 정해 형사처벌하겠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법안의 취지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지역 한 변호사는 "프라이버시의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사적 영역에 해당하는 통화 녹음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시기"라며 "무분별하게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해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경우만 예외를 두고 제한하는 방식으로라도 규제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미국 일부 주(州)나 프랑스는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불법으로 규정한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애플 역시 아이폰에서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재판에서 대화 녹음의 증거 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에 유·무죄를 다투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서울지역 한 현직 판사는 "민사 소송에서 비장의 무기로 '녹취록이 있다'고 할 때가 많은데 사실 재판부는 녹취록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편"이라며 "녹음하는 사람이 대화를 특정한 방향으로 몰고 갈 수도 있고, 한국에서는 1대 1 대화에서 상대의 말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런 반응을 해주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논란과 별도로 법안이 최종 입법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장 변호사는 "법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높지 않아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으로 합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의 현직 판사도 "지금은 휴대전화 버튼 하나 눌러서 녹음이 가능하게 하던 걸 갑자기 못하게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음성권이나 사생활의 자유에 대한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지만 녹음으로 얻는 편익과 비교해보면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 증거 '대화 녹음 금지' 추진에..'범죄 키운다'vs'악용 막아야'재판 증거 '대화 녹음 금지' 추진에..'범죄 키운다'vs'악용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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