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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폐경, 늙기 전에 받는 보상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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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8Lv 116
조회 수764

올여름은 무척이나 더웠지요. 그래서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더위가 발작적으로 찾아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견딜 만했는데 갑자기 몸속이 펄펄 끓는 느낌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에어컨도 돌아가고 다른 가족은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애초에 저는 더위를 별로 타지 않는 체질이어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네 입에서 덥다는 소리가 나오는 걸 보니 진짜 덥긴 한가보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거든요. 그러다 문득 생각이 미치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아, 이게 바로 갱년기 증상이구나, 하는 깨달음이었죠. 배란 이후 더 커지는 생식적 격차 생물 진화에서 1억5천만 년쯤 전에 일어난 포유류의 탄생에는 독특한 지점이 있습니다. 유성생식을 하는 대부분의 동물은, 암컷과 수컷의 생식에의 투자 비율이 원래 약간 불균형합니다. 개체의 최초 형태인 알은 암컷의 난자에서 기인하기 때문이죠. 닭을 예로 들어볼까요? 암탉은 수컷과의 교미가 없이도 생후 20주쯤 되면 알을 낳기 시작합니다. 이때 수컷과 접촉이 있으면 유정란을, 그렇지 않으면 무정란을 낳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며, 유정란이든 무정란이든 달걀 자체의 크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기엔 정자는 매우 작습니다. 정액 1㎖ 안에 수십억 개 들어갈 정도니까요. 달걀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암탉의 월령과 체구일 뿐입니다. 이처럼 유성생식으로 번식하는 대부분의 동물에게, 암컷은 더 큰 생식세포를 더 적게 만들고, 수컷은 더 작은 생식세포를 더 많이 만들지만, 전자의 생식세포 투자가 후자보다 더 많은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체외수정을 하는 물고기의 경우 커다란 난자(알)를 많이 만들어내야 하는 암컷이 수컷에 견줘 덩치가 더 크기도 하고, 심지어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로 유명한 흰동가리는 무리 내 암컷이 죽으면 가장 덩치가 큰 수컷이 암컷이 되어 알을 낳기도 합니다. 포유류 역시 암컷은 커다란 난자를, 수컷은 작은 정자를 만드는 기본 공식은 그대로 따릅니다. 사람만 해도 여성의 난자는 약 100~150㎛로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크지만, 정자는 폭 2~4㎛, 길이 40~50㎛에 불과합니다. 다만 여성은 한 달에 한 번, 한 개의 난자만을 만들어내지만, 남성은 하루에도 1억 개 정도의 정자를 만들어낸다는 차이가 있으니 생식세포의 전체 질량만을 본다면 오히려 남성 쪽의 투자가 많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난자(알)를 만들어 몸 밖으로 배출하면 더 이상 생식적 투자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다른 동물과 달리, 포유류의 경우 암컷은 배란 이후 생식적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집니다. 암컷은 배란 이후 수정된 난자를 자궁에 착상시켜 임신 기간 내내 영양분과 격리된 보호 공간을 제공해야 하고, 출산으로 알보다 더 큰 새끼를 낳는 불편함을 견뎌야 하며, 결정적으로 출산 이후에도 일정 기간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데 필요한 추가 자원을 제공하고 이들을 보호하는 책임까지 집니다. 알을 낳는 포유류인 단공류나, 임신 기간이 매우 짧고 아주 작은 새끼를 낳기에 출산의 어려움이 거의 없는 유대류의 경우에도, 초기 갓난새끼에게 젖을 먹이며 돌보는 모성 투자의 기간은 여전히 남아 있지요. 유전물질을 후대에게 전달하는 비율은 암수가 동일하다는 것에 견주면, 생식학적 투자의 균형추는 지나치게 암컷 쪽으로 기운 감이 있습니다. 어미의 모성 돌봄을 유도하는 젖분비 기능의 진화는, 새끼들의 생존 가능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구실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다른 동물에 견줘 훨씬 적은 수의 새끼를 낳지만, 그 새끼들이 생존해 성체가 되는 비율은 다른 동물보다 높습니다. 더 많이 투자하지만 더 높은 생존율을 보이는 고투자 고효율의 사례가 바로 포유류인 셈인데, 그 부담의 대부분이 암컷에게 편중된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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