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실: 테슬라는 지난 9월 배터리데이에 몇 가지 중요한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첫 번째는 반값 배터리 공약입니다. 테슬라는 3년 내에 전기차용 배터리 가격을 반값으로 낮추겠다고 했습니다. 또 하나는 3TWh(테라와트시)의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2030년 20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느 것 하나 파급효과가 크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시장 조달을 통해서는 반값 배터리 달성 불가능: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용 배터리 가격으로 1kWh(킬로와트시)당 130달러는 너무 비싸다며 3년 내에 배터리 가격을 56% 인하하겠다고 했지요. 130달러를 기준으로 56%를 인하하게 되면 56달러가 되는데 이는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9월 말 현재 리튬 배터리 가격은 156달러이고 가격 추이를 보면 3년 뒤인 2023년에 80달러 정도가 예상됩니다.
결국, 테슬라가 공언한 반값 배터리는 기존의 배터리 회사들이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아닌 직접 생산을 통해서만 달성 가능합니다. 테슬라는 설계, 소재, 셀, 구조 등의 혁신을 통해 가격을 낮추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배터리 회사들은 어떻게 할까요? 단기적으로는 급격한 가격 인하가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 경우 흑자전환을 앞둔 시점에서 가격경쟁은 상당한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가격 인하에 동참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반값 배터리를 통해 전기차 가격 25% 인하 요인 발생: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45% 정도 됩니다. 만약 테슬라의 공언대로 배터리 가격이 56% 하락하면 전기차 가격 25% 인하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해보았습니다. 현재 코나EV 가격은 4,690만원이고 하이브리드 모델은 2365만원입니다. 그런데 만약 전기차 가격이 25% 인하되면 코나EV의 가격은 3518만원이 됩니다. 여기에 보조금까지 받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현재 코나EV에 대한 국고 보조금은 820만원, 서울시의 지자체 보조금은 1,250만원입니다. 결국 서울 시민이 코나EV를 살 때 1448만원만 지불하면 되므로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오히려 918만원이 더 쌉니다. 원래 전기차의 장점이 저렴한 유지비인데 구매비용까지 낮아진다면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됩니다. 이것이 바로 테슬라의 노림수입니다.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배터리 회사?: 테슬라의 반값 배터리 공약이 배터리 직접 생산을 암시하는 수준이었다면 2030년 배터리 생산 목표치 발표는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사안입니다. 테슬라는 2022년 100GWh(기가와트시), 2030년 3TWh의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했습니다. 비교를 위해 시장 1위인 LG화학의 생산규모를 알아보았습니다. LG화학의 생산능력 예상치는 2021년 120GWh, 2022년 160GWh 입니다. 2022년 테슬라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LG화학의 62.5%에 달하고 2030년에는 압도적인 1위가 될 전망입니다. 참고로 3TWh는 테슬라의 플래그십 모델인 모델S를 3000만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이고 2019년 전 세계 EV 및 PHEV 판매량은 230만대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수치들이 의미하는 것은 테슬라는 더 이상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니라 배터리 제조업체라는 것입니다.
연간 2000만대 생산은 시장 전망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지: 테슬라는 또한, 2030년 20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했습니다. 올해 초까지 주요 기관들의 2030년 전기차 판매 전망은 2500~3000만대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테슬라 단독으로 2000만대를 판매한다면 기존의 전망치를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 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각국이 친환경 정책을 추진할 경우 2030년 전기차 판매량은 6240만대 정도가 예상됩니다. 테슬라는 자체적으로 7180만대의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지요. 전망은 여전히 전망일 뿐이지만 최소한 이제 기준점이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바이든 당선으로 테슬라 비전의 성공 가능성 높아져: 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도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그 동안 EU 국가들을 중심으로 2050년 탄소중립, 내연기관 퇴출 등 강력한 친환경정책을 추진해 왔는데 이제 미국이 가세하게 되면 전기차 시장 확대는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바이든은 이미 지난 8월 전기차 보조금 확대, 공공기관 전기차 300만대 구매, 2050년 탄소중립 등 친환경 공약들을 대거 발표한 바 있으며 대표적인 민주당 지역인 캘리포니아는 지난 10월 2035년 내연기관 퇴출을 선언했습니다.
출처]리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