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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칼럼] 벤츠 신임 회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 "끝이 안 좋은 석기시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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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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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메르세데스와 스마트 등을 소유하고 있는 다임러 그룹은 베른트 피셰츠리더 (Bernd Pischetsrieder)를 그룹의 새로운 감독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발표한 대로 올해 3월 말부터 베른트 피셰츠리더는 감독이사회 의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그의 의장 선임을 두고 많은 말이 나왔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깜짝 선임에 놀랐고, 회사의 결정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를 두고 왜 독일에선 날 선 비판과 염려가 쏟아지고 있는 걸까요? # BMW와 폭스바겐그룹 CEO 출신 베른트 피셰츠리더는 뮌헨 출생으로 뮌헨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1973년 졸업과 동시에 BMW에 입사했습니다. 독일 남부 출신의 젊은이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길을 간 것인데요. BMW 현장 곳곳에서 실력을 쌓고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1991년 본사 임원의 자리에 올랐고, 1993년 사십 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BMW CEO가 됩니다. 1999년 BMW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는 계속 눈여겨보던 폭스바겐그룹의 당시 회장 페르디난트 피에히에 의해 스카우트됩니다. 세아트 경영과 그룹 이사로 역할을 하며 새로운 기업의 분위기를 익히던 그는 2002년 폭스바겐그룹을 이끌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력은 화려함 그 자체입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두 개의 자동차 그룹 최고 자리에 올랐으니까요. 어디 그뿐인가요? 오랜 공백을 딛고 이번엔 다임러그룹의 감독위원회를 이끌게 됐습니다. 3개 자동차 그룹의 최고 자리에 오른 거의 유일한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독일 반응이 차갑기만 합니다. # '조용한 노인들의 클럽'으로 돌아오다 베른트 피셰츠리더는 1948년에 태어났습니다. 74세에 다임러 그룹의 중요 직책을 맡은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독일 기업은 경영이사회의 감독이사회로 구분이 되는데요. 경영이사회는 말 그대로 회사의 경영을 담당하고, 감독위원회는 경영이사들을 임명합니다. 또한 경영에 대한 조언과 감독도 하게 됩니다. 이처럼 중요한 감독이사회를 이끄는 의장 자리를 74세의 노장에게 넘긴 것입니다. 그것도 72세 미만의 후보가 의장에 오를 수 있다는 내규까지 무시하면서 말이죠. 독일의 유력 경제 전문지 중 하나인 비어샤프츠보헤는 이런 이유로 베른트 피셰츠리더를 '석기시대 남자'라고 표현했으며, '조용한 노인들의 클럽(감독이사회)' 바꿀 기회를 다임러가 놓쳤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 미래를 대비할 인물이 아니라는 평이 지배적 물론 독일 언론이 단순히 나이만을 갖고 그의 감독이사회 의장 선임을 비판한 것은 아닙니다. 베른트 피셰츠리더는 오랜 세월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 방식을 믿고 따르던 인물이었습니다. 급변하는 자동차 업계의 분위기, 전기차와 자율주행, 디지털로 대변되는 미래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입니다. 슈피겔도 이 점을 지적했는데요. 원래 감독이사회 의장 자리에 앉을 사람은 전임 회장 디터 체체였죠. 하지만 그의 복귀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을 소홀히 했다는 주주들의 비판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지금의 메르세데스-벤츠를 만든 디터 체체 조차 이런 이유로 복귀가 무산됐는데 그보다 더한 베른트 피셰츠리더라니, 당연히 독일 여론이 나쁠 수밖에요.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에 따르면 그간 유력하게 다임러 감독이사회 의장 후보로 거론된 이는 지멘스 전 회장 조 케저였습니다. 전자, 에너지, 제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는 지멘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 케저는 다임러의 가장 중요한 시장인 중국과도 교류를 펼치는 등, 잘 어울리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베른트 피셰츠리더에게 그 자리가 돌아간 것입니다. 또한 새롭게 석유화학 기업 셸 출신이 감독이사회 멤버가 된 점도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선택이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었습니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갔다 현재로 돌아오는 영화 백 투 더 퓨처 (Back To The Future)를 언급하며 냉정한 평가를 하는 언론도 있었습니다. # 회장 자리에서 모두 쫓겨나듯 물러난 그 베른트 피셰츠리더가 BMW와 폭스바겐에서 모두 끝이 안 좋았다는 것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BMW 회장 자리에 오른 지 1년 만에 그는 엄청난 결정을 하게 되죠. 바로 '영국병 환자'로 불린 자동차 그룹 로버를 인수한 것입니다. 그는 로버를 살리고, 로버에 속한 랜드로버나 미니를 통해 BMW 그룹 덩치를 키우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로버 인수는 결과적으로 BMW에 재정적 어려움을 줬습니다. 로버 인수 후 영국 정부와 갈등을 빚은 베른트 피셰츠리더의 대응 방식도 논란이었는데요. 결국 독단적으로 비친 로버 인수로 인해 그는 쫓겨나듯 BMW를 떠나야 했습니다. 폭스바겐에서도 결과가 안 좋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절대 권력자 피에히 의장에 의해 그룹을 이끌 인물로 낙점됐지만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와의 마찰이 있었고, 2012년까지 임기를 연장하기로 한 결정이 나온 지 반년 만인 2006년 12월 폭스바겐그룹 회장 자리에서 급하게 물러나야 했습니다. 이 급작스러운 사임은 페르디난트 피에히 의장과의 갈등에 따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인데요. 그뿐만 아니라 디젤 게이트 조사 과정에서 폭스바겐이 이미 2005년부터 배출가스 조작을 위한 소프트웨어 장착이 결정됐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는 베른트 피셰츠리더가 회장으로 있던 시기입니다. 따라서 디젤 게이트 문제와 어떤 형태로는 그는 관련이 있고, 따라서 이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어 보입니다. 베른트 피셰츠리더는 디젤차 등, 내연기관에 몰입했던 인물입니다. 토요타가 프리우스로 세상을 휘어잡고 있을 때에도 새로운 대안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전기차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을 땐 전기차에서 우리가 1등이 될 필요가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그가 과연 다임러를 온전하게 미래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요? # 올라 칼레니우스를 위한 조용한 조력자로 남나? 만프레드 비쇼프 전임 감독이사회 의장, 그리고 현재 다임러그룹을 이끌고 있는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은 모두 전임 회장 디터 체체 사람들입니다. 또 베른트 피셰츠리더가 다임러 감독이사회에 들어온 것도 디터 체체 체제에서 이뤄진 결정이었죠. 이런 이유로 만프로드 비쇼프 전 의장이 올라 칼레니우스의 경영 전략을 조용히 지원하는 역할을 위해 베른트 피셰츠리더를 후임으로 뽑은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자칫 외부 인물에게 의장 자리를 맡겼다가 회장과 의장 간 갈등이라도 일어나게 된다면 현재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 다임러그룹이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 조용히 올라 칼레니우스를 지원할, 무난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라는 것입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추측입니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이는 다임러가 더 혁신하고 미래를 치열하게 준비할 기회를 스스로 막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독일에서 다임러의 미래를 염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베른트 피셰츠리더의 선택이 용기 없는, 매니저 매거진 표현처럼 '낙담시킨 대안 없는 선택'으로 끝이 날지, 아니면 모두의 염려를 뒤로하고 다임러 구조조정과 미래 대비를 성공시키는 선택이 될지는 이제 온전히 올드보이 베른트 피셰츠리더 그 자신에게 달렸습니다.
[이완 칼럼] 벤츠 신임 회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 "끝이 안 좋은 석기시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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