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금요일 퇴근길, '치킨에 맥주 한 잔'의 유혹에 넘어가는 분들 많으시죠? 안 그래도 따끈따끈한 이 치킨이 최근엔 원가 논란으로 더 뜨거워졌습니다. 대형마트에서 5천원대 치킨까지 등장했다는데요. 이 분은 이 치킨 논란에 어떤 이야기를 던질지 궁금합니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연결돼 있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이하 이우석): 안녕하십니까.
◇ 이현웅: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 이우석: 요즘도 지역 쪽 음식이랑 여행 관련해서 많이 취재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 이현웅: 그러시군요. 요즘에 새 책 내셨던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 이우석: 부끄럽습니다. 노는 것, 먹는 것에 관한 책입니다. 오늘 한 끼를 어떻게 사람들이 더 즐길 수 있냐는 것의 고민을 해서요.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이 과연 어떠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를 한번 먹어보자 해서 이야기와 맛집을 두루 섞은 책을 냈습니다.
◇ 이현웅: 그래서 오늘 소장님을 모셨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한 끼, 치킨을 먹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가격이 배달비 때문도 있지만, 점점 비싸지는 것 같아요.
◆ 이우석: 상승률이 굉장히 높긴 합니다. 치킨이 예전처럼 마음 편하게 시켜 먹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격이 많이 올랐죠.
◇ 이현웅: 그러니까요. 배달비까지 합치면 한 마리에 2만 원 훌쩍 넘어가는 경우도 많은데, 소장님도 치킨 좋아하시나요?
◆ 이우석: 그럼요 저는 거의 닭의 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이현웅: 요즘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혹은 관심을 받고 있는 5~6천 원대 대형마트 치킨도 드셔 보셨나요?
◆ 이우석: 그게 먹기가 좀 힘들더라고요. 한정 판매도 있고 시간대도 맞춰야 되고. 또 제가 장을 자주 보러 다니는 사람은 아니고 재래시장도 많이 이용하다 보니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마트를 갈 수는 없고 그래서 아직까지는 못 먹어봤습니다.
◇ 이현웅: 저희 제작진 중 한 명이 어제 이 방송을 위해서 반값 치킨을 겨우 구매를 해서 먹어봤다고 하는 데 성공을 했다고 합니다. 양념, 후라이드 중에 선택을 할 수 있고 3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고 합니다. 보면 대형마트 치킨으로 원가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대형마트 측은 6990원 가격으로도 마진이 남는다는데, 프랜차이즈 측은 대형마트의 경우이고 우리는 2만 원 넘게 팔아도 사실상 남는 거 없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데 어디 말이 맞는 겁니까?
◆ 이우석: 사실 누가 옳다라고는 얘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대형마트에서는 아무래도 규모의 경제학으로 치킨을 많이 팔아서 '박리다매'를 할 수도 있는 노릇이고요. 또 게다가 유인책으로서 다른 마트보다 우리 마트에 사람들이 많이 오라는 어떤 미끼 상품 형식으로 내걸기가 굉장히 좋은 상품이 치킨이거든요. 치킨 가격이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그리고 잘 안 볼 것도 한 번 더 오게 만들 수도 있고 다른 경쟁 마트보다는 그쪽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도 있는 그러한 마케팅 효과가 있고. 프랜차이즈는 입점해 있는 위치나 상가의 임대료 같은 경우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나거든요. 게다가 보통 2층이나 3층에 있으면 (매장을) 잘 안 쳐다보게 돼요. 그래서 1층 상권이 가장 임대료가 높은데 1층에다 짓게 되죠. 그다음에, 배달하는 플랫폼 회사들 수수료도 영향을 많이 미치죠. 그래서 요즘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도 많이 오르고 구하기도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동일 선상에서 놓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어쨌든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상승을 하면 아무래도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두 번 시켜 먹고 세 번 시켜 먹을 것을 줄이게 되는 그런 매출 감소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제가 궁금했던 게, 마트에 가면 좀 저렴한 피자도 있고 저렴한 초밥도 있잖아요. 그런 품목들에 대해서는 이만큼의 논란은 없었던 것 같은데 치킨은 굉장히 민감한 것 같아요.
◆ 이우석: 확실히 민감하죠. 사실 어떻게 보면 우연이든 의도적이든 치킨은 일주일에 한두 번, 한두 조각 정도는 손을 대게 되는 식품이거든요.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는. 특히 자녀를 둔 가정 같은 경우 치킨을 계속 구경하는 셈이 됩니다. 아무래도 치킨의 맛이나 가격, 신상품 이런 것에 굉장히 민감해지는 그런 상품이 되다 보니까 이런 가격 논쟁이 있을 때는 불타고 오르게 되죠.
◇ 이현웅: 일각에서는 치킨이라는 이름은 똑같지만 한쪽은 진열 상품이고 하나는 주문 들어오면 튀겨서 파는 것이고, 세부적으로 보면 전혀 다른 상품이다. 이런 얘기를 하기도 하거든요.
◆ 이우석: 그렇죠. 동일 재화 같지만, 예를 들면 햄버거 같은 경우도 그렇습니다. 패스트푸드로 하는 데가 있고 수제버거가 있듯이 들어가는 재료나 수공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날 때도 있거든요. 요즘 같은 경우 대형 치킨 회사, 프랜차이즈 회사들 보면 마케팅 포인트로 기름을 굉장히 신경 쓰잖아요. 예를 들면 고급유를 쓴다든가 몇십 마리만 딱 튀기고 기름을 간다라는 걸로 해서, 그런 거에 대해 본인들이 홍보에 역량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데 그 얘기는 결국에는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리고 (비용이) 드는 만큼 우리는 고급이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죠.
◇ 이현웅: 이 논란은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양쪽을 맛보고 차이점을 느끼면서 점점 수그러들게 될까요?
◆ 이우석: 수그러들기도 하겠지만 결국에는 이 파장이 프랜차이즈 매장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게 되면 아무래도 그쪽에서도 가격 조정이 있을 것 같고요. 많이 내리지는 않겠지만 합리화 같은 것이 있을 수도 있고. 사실 대형마트에서도 남는다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이게 다른 공간을 차지하거나 매대의 효율성 면에서 많이 떨어지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미끼 상품으로 효과가 다 하면 이것도 서서히 가격 조정이나 아니면 마리 수 제한이나 이런 게 들어가지 않을까. 시장의 원리에서 그 격차는 많이 좁혀지고 소비자들도 민감한 부분에서 많이 무뎌질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저희 방송에서 BBQ윤홍근 회장이 출연해 3만원은 받아야 된다, 인터뷰하면서 치킨 가격 논란이 시작됐거든요. 이렇게 치킨 가격에 유독 예민한 이유, 우리나라에서 유독 치킨이 인기 있는 이유 뭘까요?
◆ 이우석: 국민 단백질이었죠. 70년대, 80년대부터 시작된 양식 문화에 익숙하지 않을 때, 이렇게 기름에 튀겨내고 가장 저렴한, 육식의 가장 기본이 되는 대중적인 육식이었고 처음 느껴보는 맛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전 부쳐 먹어도 참 기분이 좋아지는데 아예 튀겨냈으니까 이게 얼마나 맛있겠어요. 그래서 우리 식생활을 가장 크게 변화시킨 품목 중 하나인데 그래서 모든 아버지들의 퇴근길, 월급날 아니면 특별한 날의 외식 메뉴로 자리를 잡았고 또 우리 특유의 배달 시스템이 있잖아요. 배달 시스템에 최적화돼 있는 그런 제품이다 보니까, 먹기 편하고 기름기를 순간적으로 보충할 수 있고 남녀노소 대부분 꺼리지 않는 음식이다 보니까 치킨에 대해서는 이제는, 과장을 해 보면, 김치나 쌀 가격에 비견될 정도로 거의 생필품이 돼 버렸거든요. 70년대, 80년대 신문을 보면 모든 물가지표에서 짜장면 같은 걸 많이 얘기를 했어요. 짜장면이나 우동. 그런데 그것보다 오히려 치킨이 빈도수로는 실생활에 더 깊이 관여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현웅: 이렇게 치킨 하면 딱 떠오르는 모습이 있잖아요. 이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가요?
◆ 이우석: 아니죠. 원래는 미국에서 시작된 문화라고 하는데, 닭을 (지금처럼) 통째로 튀겨낸다기보다 가슴살, 양식의 고급 요리에 쓰이는 부위를 제외한 부분을 노예 제도가 있을 때 노예들이나 서민들이 기름 넣고 튀겨 먹었던 문화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닭이 누워 있잖아요. 천장을 보면서 누워 있는데, 우리나라 1970년대 이후에 아이코닉하게 자리를 잡은 것은 미군 부대를 통해서 치킨이 전해지고, 당시에는 식용유가 귀하다 보니까 전기구이로도 먹고. 오히려 고급 요리였죠. 그래서 아예 '통닭'이라고 불렀어요. 통째로 닭 한 마리를 튀겨 먹었으니까요.
◇ 이현웅: 요즘은 드라마 영향도 있고, 해외에서 오히려 한국 치킨을 찾는다고 하던데요?
◆ 이우석: 우리나라의 외래 문화들을 우리가 발전시켜서 다시 한류로 역수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치킨이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을 합니다. 팬데믹 전에 출장을 가 보면 전부 '한국식 닭구이', '한국식 치킨',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하면서 중화권 여러 군데서 팔고 있는 걸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K-통닭'이 지금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그리고 다양한 SNS를 통해서 외국인들이 한국 치킨이 굉장히 맛있다, 이런 호평을 남기는 것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 이현웅: 치킨 브랜드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확산한 게 아니라 대부분 지방에서 인기를 얻고, 해외까지 나간 경우가 많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이우석: 아무래도 예전에 치킨들이 발달한 지방 소도시들이 많았습니다. 익산이나, 소도시는 아니지만 대구 같은 경우. 대구 인근에 보면 예전부터 고기를 튀겨 먹는 문화가 유난히 일찍 발달을 한 거죠. 왜 그러냐 하면 미군 부대가 대규모 진출해 있고 양계장들이 많아서 닭고기를 쉽게 구해서 그다음에 그걸 또 튀겨 먹는 식문화까지 발달해서 그게 나중에 서울 사람들의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프랜차이즈의안테나숍을 서울에 차린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대구·익산·밀양.. 다양한 동네에 치킨 노포들이 지금도 남아 있는 지역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쪽의 치킨들이 각각의 입맛과 지역적인 특성들을 많이 가미시키거든요. 그래서 그게 상경을 해서 닭이 서울로 많이 날아들었죠. 그리고 닭강정 같은 경우 시장에서 즐겨 먹던, 어떻게 보면 잘게 썰어낸 양념치킨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은 또 인천과 속초가 유난히 강했습니다.
◇ 이현웅: 끝으로 지역치킨, 동네치킨.. 많이 먹어보셨죠? 정말 맛있던 치킨 어떤 게 있었나요?
◆ 이우석: 제가 지금 마침 전라북도 익산에 와 있는데, 익산에 'ㅅ통닭'이 있습니다. 양념이 강하지 않고 염지도 그렇게 강하지 않습니다. 잘 튀겨낸 다음에 위에 참깨를 싹 뿌려요. 그래서 고소한 맛이 나고요. (치킨이) 입에서 터지고 이가 부딪히며 고소한 맛이 먹는 중에도 더해지는 그런 통닭, 좀 독특한 비주얼이죠.
◇ 이현웅: 다음에 익산을 가게 된다면 한번 찾아서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유독 한국인이 치킨값에 민감한 이유' 25년차 음식 칼럼니스트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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