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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홀로 전신주에 올라 감전되고 떨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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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8Lv 116
조회 수1,013

7월4일 오전 9시40분,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에 위치한 청년임대주택 공사장에서 40대 남성 고 아무개씨가 추락해 사망했다. 고씨는 공사장 입구에 있는 16m 높이의 전신주에 올라 전선 철거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전신주에 둘러맨 안전로프도 사고를 막아주진 못했다. 안전로프는 고씨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찢어져버렸다. 추락 직후 고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2시간 후에 사망했다. 사고 나흘 뒤인 7월8일, 고씨가 사망한 공사 현장은 임대주택 입주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반면 사고가 일어난 전신주 주변은 고씨가 작업하던 환경 그대로 멈춰 있었다. 그가 타고 올라간 것으로 추정되는 사다리는 여전히 전신주에 기대어져 있었고, 정리되지 않은 전선이 어지러이 매달려 있었다. 하늘로 뻗은 철근콘크리트 기둥 없이, 우리 삶은 유지되기 어렵다. 그물망처럼 이어진 전신주는 전국 각지에 전기·통신을 공급해준다. 그러나 높게 뻗은 전신주에서 노동은 더러 참극으로 이어진다. 불행히도 이 참극은 기록되지 않는다. 관계 당국은 한 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전신주에서 사망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시사IN〉은 윤미향 의원실(무소속)과 함께 최근 5년간 승주작업(전신주에 올라가서 하는 작업) 중 발생한 사망사고 통계를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윤 의원에게 보낸 자료는 ‘미완성’이었다. 고용노동부가 현재 파악 중인 사망사고는 5년간 총 22건이다. 이 통계에는 전신주가 아닌 철탑(송전탑)에서 일어난 사고도 포함됐으며, 2022년 발생한 사망사고는 한 건도 기록돼 있지 않았다. 고씨의 사망마저도 고용노동부 통계에는 빠져 있었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조차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전신주에서 떨어져 사망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사IN〉은 고용노동부 통계에 포함된 사고의 재해조사 의견서를 확인하는 한편,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사망사고도 별도로 조사했다. 〈시사IN〉이 자체적으로 확인한 사망사고까지 더하면, 최근 5년간 최소 17명이 전신주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된다. 올해 발생한 사망사고만 해도 3건이 더 있었다. 지난 3월23일 경북 영덕에서는 전신주에서부터 건물까지 전선을 연결하던 60대 남성이 6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4월28일 전남 광양에서도 전선 연결 작업을 하던 50대 남성이 5m 높이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5월3일에는 KT 협력사의 발주를 받아 무선망 시설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60대 남성이 5m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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