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초청으로 워싱턴 DC를 방문한 여야 의원들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한국 측의 우려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IRA의 차별적인 부분에 대해 국내 분위기와 우려를 미국에 전달했다"며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직후에 미국에서 이런 조치가 나오니 한국 국민들은 뒤통수 맞은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EV 공장이 2025년 조지아주에 준공되니 그때까지 법안을 유예할 수 없는 것인지 등 저희 나름의 의견도 전달했다"며 "안보 동맹을 넘어 경제 동맹, 세계 공급망 이니셔티브가 강조되는 상황에 이런 차별적인 조치가 발효되고 현실화하는 것에 대해 거듭 우려의 뜻을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정 부의장은 미국도 한국 측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고위 관리들도 상황을 잘 알고 있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앵거(Anger)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 부의장을 비롯해 김석기·김정재 국민의힘 의원과 김한정·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방미단은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뒤 워싱턴 DC에서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을 찾아 각종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일본 측에서는 야마시타 다카시 자민당 의원과 시게토쿠 가즈히코·겐마 겐타로 입헌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미일 의원들은 한일 관계, 한미 협력 관계, 인태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여러 관심사와 관련해서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 측의 주된 관심사는 IRA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IRA에 최종 서명했다. 이 법에 따라 미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인플레이션 감축을 위해 총 4330억 달러를 투자한다.
한국 측에서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최종 생산한 전기차에만 세액을 공제한다는 부분이다.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아이오닉, 아이오닉5, 코나EV, EV6, 니로는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 부의장은 "미국 측의 요청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영향력 있고 사안과 깊이 연관된 인물들과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유익한 면담 기회를 가졌다고 평가한다"고 이번 방문을 자평했다.
김한정 의원도 "미국 내에서 생산된 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는 결국 한국 전기차를 차별하는 결과고,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위배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며 "미국에서는 의회 결정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정 의원은 "일본에서 온 3명의 의원들에게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느꼈다"며 "이번 방문이 한일관계 개선에 첫 단추가 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이 의원은 "우리가 IRA를 계속 언급했다면 일본은 대만 문제를 집중적으로 얘기했다. 미국이 대만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를 통해 향후 일본에 대해서도 어떤 입장을 취할지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집중한 것 같다"며 "미국은 현상 유지를 원하고, 동맹국 우방으로서 관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긴급 미국 출장을 단행한 것을 두고 '방미단에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의원은 "특정한 메시지라기보단 현대차가 처한 상황 등등에 대한 공유와 소통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방미단은 정 회장은 방미단과 통화하거나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여야 방미단은 오는 28일 귀국할 예정이다.

여야 방미단 '인플레 감축법 우려 美에 전달..현재로선 해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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