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운전면허취득(20세)
저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더 바빠지기 전에 운전 면허를 따놓자고 생각해서 입학도 하기 전에 면허시험을 등록해놨는데요.. 하필 그 날이 신입생OT 가는 날이랑 겹쳐서 못 따고.. 1학년 여름방학에 면허(1종 보통)를 땄습니다.
그리고는 아버지 차인 대우 청록색 에스페로(수동)로 운전을 배웠답니다..^^
1.베르나(27세)
저의 첫 차는 제가 27살이었던 2001년쯤(?) 하얀색 베르나였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제 차라기보다는 당시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던 여친(현재의 마눌님)이 쌈짓돈 모아놨던걸로 사서 제공(?)한 차였습니다. 당시 원거리 연애를 하느라 차 없이는 왕래가 너무 힘들던 중에 여친이 넌즈시 제안한걸 제가 덥썩 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ㅋㅋ (아아... 그 때 그 분은 그리도 순하고 곱기만 했었는데...ㅠㅠ)
차라는 걸 어떻게 사는지도 몰랐던 그 당시 그냥 여친네 집에서 젤 가까운 현대자동차 매장에 같이가서 구경 한 번 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 했었었던 어렴풋한 기억이...ㅋㅋㅋㅋ
예나 지금이나 뭐 비싼거 사는건 별 고민도 안하고 후딱 잘 지르는 편이네요..ㅋㅋ
당시 베르나는 저에게는 날개 같았네요~ 여친과의 데이트 때는 막차시간 맞추느라 안절부절 안하게 해주고, 지방을 전전해야하는 사회 생활 초반에 훌륭한 이동수단이 되어줘서 저의 삶의 퀼리티를 두 세 단계 올려줬던 고마운 첫 차였습니다.
그런데 이 차와 갑작스럽게 어처구니 없이 이별을 하게 됐습니다.
때는 여친과의 결혼 날짜까지 다 잡아놨던 2002년 연말이었던 걸로 기억납니다. 당시 여친과 함께 인테리어 소품이나 가재도구 등을 파는 한샘 전시장에 구경을 자주 갔었고.. 그 날도 구경 간 날이었습니다. 매장 입구에서 차를 발렛파킹으로 맡긴 후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는데..
안내방송으로 제 차 번호를 말하면서 주차장으로 나와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차 주차를 이상하게 한 것도 아닌데 귀찮게 왜 그러지? 하면서 나가자마자 저는 그 광경에 얼어붙어버렸죠. 거기엔 주차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데에 차가 반만 낀 상태로 약 120도로 처참하게 꺽여있는 저의 첫 애마 베르나가 보였거든요..ㅠㅠ
당시 점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나와서 저를 맞아 주셨고.. 죄송하다며.. 같은 차종 새 차로 다시 사드리겠다며.. 저랑 여친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어리숙하게 이 말을 믿었지만.. 그 며칠 후 차량은 차축까지 뒤틀려서 전손처리가 낫다는 얘기와 보상은 새차가격이 아닌 차의 연식을 고려한 중고가격(+렌터카비용)으로만 배상해주겠다는 얘길 전화로 들었을 땐 이미 늦었었죠... 쩝.. (무서운 세상)
그래서 저의 손에 들게 된 돈으로는 새 차를 사는건 불가능한 액수였던걸로 기억이 납니다.
2.티뷰론 터뷸런스(28세)
이 때 할 수 없이 중고차를 알아볼 수 밖에 없었고.. 그 전부터 저의 드림카였던 티뷰론도 중고 매물로 그 가격에서 별로 안보탠 비용으로 가능하다는걸 알게 됐습니다. 이런저런 매물을 구경하다가 결국 은색 탄환같은 티뷰론 터뷸런스 1.8DOHC를 덜컥 사왔습니다. 무려 여친에게 별 상의도 없이...^^;;;;; 그 때는 간도 컸죠.. 차 사준 사람한테 허락은 커녕 상의도 안하다니요....ㅋㅋ
당신 약간 화를 내긴 했지만.. '오빠가 원하는 거면 괜찮다'는 쿨한 용서를 받고(이렇게 천사표였는데요...ㅠㅠ) 어찌됐든 제가 결혼 할 때와 신혼 초의 저희 차는 투 도어 스포츠(룩킹)카인 티뷰론 터뷸런스였습니다.
꿀같은 신혼 생활과 함께 티뷰론과의 카라이프도 행복한 기억밖에 없네요~~^^
드림카를 타면서 꿈에서 그리던 사랑스런 여인과의 신혼이었으니까요~^^
이러던 중 결혼 2년차에 우리 사랑의 결실.. 아드님이 태어납니다. 아이 키워보신 분들은 다 아시듯이.. 아이 태어나서 백일 전후까지는 애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습니다. 당연히 차에도 태울 일도 거의 없구요. 요즘이야 상식 그 자체이지만 당시만해도 깨어있는 젊은 부모의 상징인 카시트도 티뷰론 뒷자리에 다 장착 가능 했습니다. 오히려 아늑하서 더 좋기까지 했죠. 하지만 아이가 첫 돌을 지나면서 활동반경이라는게 점점 넓어질수록.. 저희의 말만 20평인 요즘 10평짜리 거주형 오피스텔 크기의 아담한 신혼집과 에어로다이나믹 디자인의 쿠페인 저의 티뷰론으로는 공간이 너무나 아쉬워지더군요.
3.싼타페(32세)
그래서 용기를 내서 두 가지를 다 업그레이드 하게 됩니다. 일단 집은 한 치수 큰(25평?) 전세집을 알아보고.. 차는 요즘은 아이 있는 집의 국룰이 된 중형SUV로 눈을 돌렸습니다.
당시 신차였던 싼타페 CM은 (요즘 돌아다니는 걸 만나도 아직도 디자인으로는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디자인 수작이었고.. 이 차에 눈이 돌아가버린 저는 당시 성공의 상징인 '3천만원대' 거의 풀옵션 싼타페 2.2디젤 SLX최고급형을 지르게 됩니다. (메모리 시트 욕심에 그만...예나 지금이나 현대의 옵션 장난..^^;;;) 당시 3천만원대면... 지금 느낌으로는 거의 5천만원대 차량의 느낌이었으니 ㅔ크게 질렀죠...ㅋ
어후.... 당시 동급에서는 처음으로 적용된 차체전복 방지 장치라던가.. 버튼만 누르면 내가 세팅한 시트포지션으로 슥 바꿔주는 메모리시트라던가.. 겨울을 따스하게 해주는 엉따..등등 최첨단 옵션 덕에 싼타페를 타는 내내 만족감은 그냥 엄청났습니다. 맨날맨날 몰고 다녀도 맨날 좋았죠~^^
키가 작은 편이라.. 시야가 안좋다며 티뷰론의 운전을 싫어했던 제 와이프도 싼타페의 원터치 메모리 시트와 높은 시야 덕에 싼타페로는 운전을 곧잘 했구요~~^^
4.EX35(35세)
그러던 중 저에게 외국에서 넘어온 차를.. 나한테도 살 수 있는 거라며 꼬시는 인간들의 집단에서 일하게 되면서..^^;;;; 외제차라는 거에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당시 쿠페라인을 좋아하는 SUV성애자였던 저의 눈을 뒤집지게 한 차는 유니크(레어?)한 브랜드인 인피니티라는 재패니즈 프리미엄의 EX35였습니다.
자연흡기 6기통 3500cc 대배기량 세계 10대엔진 6년 연속 수상에 빛나는 엔진에서 나오는 300마력이 넘는 엄청난 파워... 지금봐도 이쁜 너무나 수려한 디자인 라인... 슈퍼카 잡는 스포츠카 GTR에 적용된 것과 같다는 아테사 사륜구동.. 리스라는 것을 적용할 경우 말도 안되는 할인액수 등등...
자칭 전생에 항일투사였을 걸 확신하고 있던 저의 항일의식마저 스스로 애써 무시하게 만든 너무나 대단한 차였습니다.
마침 큰 차는 부담스러워하는 와이프의 요구사항에도 맞아떨어지는 딱 좋은 차였죠.
와... 이건 뭐 그냥 신세계였습니다...
이 차를 일본사람들이 만들었다는 사실에 괴로워할 정도로 차가 너무나 좋더군요...
왜 현기는 이렇게 못만드는거야?? 막 이러면서요...ㅋㅋ
유난히 눈이 많이 왔던 그 이듬해 겨울엔 평소 차가 막혀서 지하철로 출퇴근 하던 저도 일부러 차를 끌고 출퇴근을 했습니다.
당시 윈터타이어를 껴줘야한다는 의식도 희미하던 시절에 사계절타이어로도 그 미끄러운 눈길/빙판길 언덕은 어찌나 안정적으로 잘 가주는지.. 그 쾌감이 너무나 좋았거든요 (이후 사륜구동의 대명사라는 아우디의 콰트로보다도 더 좋았던 기억이... 물론 잘 생각해보면 타이어 탓이 좀 컸던 것 같긴 합니다..^^;;;)
그치만 이 대단한 EX35와의 동거는 만2년도 못 채운채... 그 놈의 항일의식(?) 때문에 일찍 마무리 하게 됩니다... 계속계속 나라는 사람이 내가 증오하는 일본산(닛산) 차량을 타고 있다는 사실이 은근히 사람을 옥죄더군요... 쩝
(사진은 제가 탔던 차량과 비슷한 색상의 차량 사진을 포털에서 검색한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