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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美 만화 '피너츠' 그린 찰스 슐츠,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 북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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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8Lv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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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흔히 ‘레드 스테이트(red state)’라고 불리는 공화당 우세주에서는 조 바이든이 이끄는 연방 행정부와 끊임없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주 정부와 연방 정부 사이의 갈등은 트럼프 행정부 때도 다르지 않았다. 물론 그때는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라 불리는 진보 성향의 (혹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들이 연방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일이 많았지만, 기본적으로 남부를 중심으로 한 레드 스테이트에서는 연방 정부의 힘을 최소화하고 주의 자치권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에는 공화당 소속의 주지사가 이끄는 플로리다주에서 미국 농무부(우리로 치면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에 반대해서 각급 학교들에 “농무부가 내려보낸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지자체와 정부가 노골적으로 대립하는 모양새인데, 도대체 연방 정부가 무슨 가이드라인을 강요했기에 이런 일이 생겼을까? 문제의 핵심은 ‘타이틀 나인(IX)’이라 불리는 연방법이다. 1972년에 제정된 이 법은 미국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학교들은 교내에서 성차별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법을 성소수자(LGBTQ) 학생들이 학교에서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고, 급식 등으로 농무부의 지원을 받는 학교들에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 하지만 플로리다를 비롯한 20개의 레드 스테이트에서는 이 가이드라인이 법적 근거가 없다며 법원에 제소한 것이다. 이 싸움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흥미로운 게 있다. 문제의 핵심이 되는 ‘타이틀 나인’은 원래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체육활동을 할 때 남학생들과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아니, 정확하게는 이 법이 만들어진 1970년대에도) 여학생들의 교내 운동은 권장되지 않았다. 체육시간에 하는 활동이야 별 차이가 없었지만 미식축구와 야구, 하키 등의 스포츠가 활성화된 미국에서 이런 종목들은 남학생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고, 여학생들은 기껏해야 치어리더 정도의 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흔했다. 그 결과 여학생들의 교내 운동경기 참여율은 아주 저조했고, 이는 각종 체육활동에 관한 관심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흑인 인권운동에 이어 1970년대에는 여성운동이 크게 일어나고 있었고, 이 문제가 지적되면서 연방 정부가 타이틀 나인을 통과시켜 각급 학교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팀에서 여학생들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게 한 것이다. 법조문 자체는 짧지만 그 효력은 컸다. 가령 어떤 학교가 남학생들만 참여하는 미식축구팀에만 학교의 체육예산을 쓰고 있으면 여학생들이 할 수 있는 스포츠에도 동일한 예산을 쓰도록 했고, 주말 저녁처럼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볼 수 있는 황금시간대를 남학생들만 참여하는 스포츠팀의 경기가 독차지할 경우 이를 시정해야 했다. 하지만 많은 진보적인 법들이 그렇듯, 이 법도 보수적인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지역에 따라서는 이에 저항하는 일도 흔했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요즘 공화당 우세주에서 이 법을 성소수자 학생들의 권리 확보에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상상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는 곳에서 이 법을 지지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우리에게는 ‘스누피’로 더 잘 알려진 만화 피너츠(Peanuts)를 그린 찰스 슐츠(Charles Schulz)였다. 이를 자세하게 소개한 미국 공영라디오(NPR)의 기사에 따르면, 슐츠는 여학생과 여성들의 스포츠를 열정적으로 지지했다고 한다. 그는 왜 그런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슐츠의 아내에 따르면, 테니스 선수로 당시 최고의 여성 스포츠 스타였던 빌리 진 킹을 만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고 한다. 당시 킹은 여성 스포츠 재단(Women’s Sports Foundation)을 세우고 여학생들의 스포츠 참여를 북돋우려고 노력했지만 이렇다 할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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