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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흥미진진 영주 선비세상, 한국 정신문화의 정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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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8Lv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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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창연한 한옥으로 들어간다. '더불어 살다'라는 문구가 먼저 맞고, 이어서 대형 화면에 영상이 펼쳐진다. 겉은 한옥인데, 널찍하니 시원한 내부는 첨단 시설이라 그 대비가 재미있다. 붓으로 그린 듯한 영상의 주제는 선비가 생각한 집의 의미다. 조화, 정신, 성찰, 존중, 품격, 비움, 베풂 등 선비가 추구한 가치가 한옥 공간 곳곳에 구현되었음을 깨닫는다. 투자와 과시가 아닌 공존과 수양이 목적인 집. 단순히 옛집으로서 한옥을 넘어 선비의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 한옥을 재발견한다. 영주가 보여 주는 선비세상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소수서원과 부석사의 고장 영주에 선비세상이 문을 연다. 소수서원과 선비촌 근처, 96만 제곱미터(약 29만 평) 면적에 10여 년을 준비한 전통문화 테마파크다. 서원의 발상 도시답게 주제는 한국 정신문화의 정수라 할 선비다. 전국에 한옥마을이나 전통 관련 전시관이 많지만 선비의 삶과 정신세계를 속속들이 체험하도록 구현한 시설로서는 단연 돋보이는 곳이다. 선비세상은 한옥, 한복, 한식, 한지, 한글, 한음악 등 여섯 개 촌으로 나뉜다. 각 촌마다 문화관·공방·극장·놀이방처럼 주제에 맞는 체험·관람 공간을 배치해, 들어가긴 쉬워도 나오긴 어렵다. 거의 모든 시설이 인터랙티브 기능을 갖추어 직접 터치하고 실행하는 가운데 선비의 삶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한옥문화관에서 화면으로 선비와 한옥의 관계를 보면서 집의 의미를 생각하고, 실제 크기로 재현한 선비의 방에 이르렀다. 맞은편 벽에는 선비의 하루를 글과 그림으로 게시한다. 조선 선비의 기록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다. 해 뜨기 전 일어나 공부하고, 아침엔 자녀에게 글을 가르치거나 독서를 하고, 식사를 마친 다음 다시 자신을 살핀다. 독서·사색·교류·글쓰기·교육으로 하루를 채우는 삶이라니, 학문과 사고의 깊이가 어디까지 미쳤을까 싶다. 그 옆에서는 '구구소한도' 풍습을 터치스크린으로 체험한다. 시린 겨울날, 다가오는 봄을 기다리며 81송이 매화를 하루하루 칠하다 마침내 완성하고 문을 열면 매화가 피어 있는 정취. 문살 종류를 고르고 백매, 연분홍매, 홍매 중 선택한 다음 색칠을 해 나만의 구구소한도를 그리는 사이, 봄을 이토록 아름답게 맞이할 줄 알았던 옛 선비의 마음이 되어 본다. 책만 읽어서야 선비가 되지 못하는 법이다. 이어지는 방은 문득 어둠에 잠기고 영주의 풍경과 소리를 담은 영상이 시작된다. 영상에 홀려 가만히 앉는다. 사색과 비움. 머리에 넣은 지식이 내 안에 자리 잡는다. 지금 우리는 왜 이렇게 바쁜가. 처마에서 비 떨어지는 소리를 몇 분간이라도 집중해 들을 여유조차 없는가. 머리에 욱여넣고 성과를 뱉어내기 급급해, 멈추어 소화하고 감동하는 방법을 잊어버리진 않았는가. 어두운 방에서 영주를 감상하며 여백을 즐기는 능력을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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