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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죽어서야 닿은 사회의 손길..수원 세 모녀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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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8Lv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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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기도 수원 세 모녀의 빈소가 차려진 수원중앙병원장례식장 특실. 안내판에는 고인이 된 60대 A씨와 두 딸의 성함, 그리고 상주 이름 대신 '공영장례'라고 적혀 있었다. 빈소 안에는 국화 사이로 영정 없이 쓸쓸하게 위패만 올라 있었다. 추모식이 예정된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지역 인사와 몇몇 일반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부터 내린 비로 젖은 우산을 털며 들어오는 조문객들도 보였다. 추모식은 의식을 주관한 종교인들과 수원시청 직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 속에 거행됐다.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지킬 유가족이 없어 곡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명복을 비는 축원문 낭독 등을 하는 동안 허탈한 표정의 조문객들은 의식 진행 관계자들의 어깨너머로 위패만 바라볼 뿐이었다. 전날부터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1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시민들은 이번 죽음을 막지 못한 제도에 분노하면서도, 같은 사회구성원을 돌봐주고 품어주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60대 수원시민 김모(여)씨는 "제도 탓을 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함께 살아가려는 시민의식도 개선됐으면 좋겠다. 마을공동체가 회복돼서 옆에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줘야 해결될 문제로 보인다"며 "복지체계는 구멍이 너무 많고,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젠 화도 못 내겠다. 장례식에는 다들 불구경하러 온 것 같다"고 탄식했다. 정일용 수원나눔의집 원장도 "바로 옆 사람이 죽어가는 것도 알지 못할 정도로 관계가 단절된 게 문제다. 다시는 슬픈 죽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문을 왔다"며 "자기가 가난하고 아프다는 걸 스스로 밝혀야 하는 이런 상황들이 원망스럽고, 사람 중심의 복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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