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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그날 바다에 시신이 부표처럼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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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8Lv 116
조회 수1,202

2022년 8월 3일, 구름 한 점 없는 무더위의 절정이었다. 72년 전 이춘혁 옹이 열여섯 소년이었던 그날도 찌듯이 더웠다. 피난선에 타고 있던 일곱 식구 중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7살, 3살 여동생 둘이 세상을 떠났다. 살아남은 3남매 가운데 누나와 남동생도 차차 세상을 뜨고 이제 혼자 남았다. 그는 <이야포 미군폭격 사건>의 현재까지 알려진 유일한 생존자다. 태양 아래 이야포 바다가 끓어오를 듯 반짝이고 해변 몽돌밭의 둥그런 돌덩이들이 뜨끈하게 달아올랐다. 마을로 이어지는 둔덕에 조성된 평화공원에서 올해로 다섯 번째 맞는 위령제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모두 천막 한 장의 그늘 아래로 피해 있었다. 올해 위령제는 특별했다. 그날 사건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은 위령비가 세워졌기 때문이다. 위령비 제막식에 이어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참석자들이 헌화를 했다. 차례대로 위령비 아래 꽃을 놓고 잠깐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이춘혁 옹(88세)은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위령비에 다가갔다. 안내자가 건네준 흰 국화 한 송이를 받아 소년 시절 자신의 모습을 그려넣은 위령비 아래 놓고 묵념을 했다. 그의 묵념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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