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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기택시가 불편하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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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4,527

처음 전기택시를 탔을 때의 일이다. 여느 때처럼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불렀는데, 때마침 가까운 곳에 있던 현대차 아이오닉5 전기택시가 잡혔다. 새차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깨끗한 택시가 나를 맞이했다. 첫 인상은 좋았다. 일반 택시보다 넓게 느껴졌고, 엔진 소음 없는 조용한 실내도 마음에 들었다. 기사와 짧게 대화를 나눠보니 내연기관 택시를 운행할 때보다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아쉽게도 좋은 첫인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짧은 주행에도 불과하고 울컥울컥 불쾌한 승차감이 계속되며 멀미가 날 정도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후에도 몇 차례 전기택시를 경험했지만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혹시 나만 그런게 아닐까 자동차 동호회와 커뮤니티 등을 살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전기택시 승차감에 대한 불만글은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대체 왜 그런걸까? 동승자는 절대 모르는 운전자의 타이밍…인식과 감각의 괴리

기본적으로 자동차는 운전자와 동승자 간 괴리가 있다. 운전자는 직접 차를 조종하기 때문에 자신이 언제 가속 페달을 밟고 뗄 지, 언제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뗄 지 알고 있다. 도로 상황을 읽고 예측하며 그에 맞춰 유기적으로 차를 조작한다. 그러나 동승자는 다르다. 각각의 운전자마다 다른, 특유의 운전 방식을 알지 못한 채 그저 흔들리는 자동차에 몸을 맡길 뿐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는 차량, 예측하지 못하는 가감속 충격을 받는 차량 안에 지속적으로 있으면 당연히 어지럽고 멀미가 날 수밖에 없다. 멀미는 서로 다른 감각이 부딪힐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시각 정보는 크게 바뀌지 않는데, 신체 감각은 자꾸만 움직이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두 정보가 충돌해 혼선이 발생하면서 어지러움이 생기는 것이다. 운전자는 언제 차가 흔들리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멀미가 날 확률이 낮다. 동승자는 반대다. 평소 차를 탈 때마다 멀미를 느끼는 사람도 직접 운전하면 멀미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해가 쉽다. 동승자가 편해야 운전을 잘 하는 법이다. 빠른 가감속에 회생제동까지…전기차로 오면서 심해진 괴리

문제는 전기차로 오면서 운전자와 동승자 간 괴리가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개, 전기모터와 회생제동이다. 전기차는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강력한 출력과 빠른 반응속도를 가졌다. 특정 회전수에서 최고출력이 나오는 엔진과 달리, 밟는 즉시 100%의 힘을 내는 전기모터의 특성 덕분이다. 최고출력이 높지 않더라도 꽤나 스포티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이유가 여기 있다. 평소 몰던 내연기관차처럼 전기차를 운전한다면 시원시원한 가속에 차가 잘 나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당연히 동승자가 느끼는 괴리는 더 커진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가속 페달을 끊어 밟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살짝 가속한 뒤 속도가 줄어들면 다시 밟는 방식이다. 이 스킬(?)은 연료를 아끼기 위한 방법으로 알려졌다. 이 습관 그대로 전기택시를 운행한다면 모터의 강력한 출력과 즉각적인 페달반응이 더해져 탑승객은 더 심하게 흔들린다. 잦은 회생제동도 승차감을 해치는 요인이다. 전기차는 움직이는 차의 관성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 시스템을 갖췄다. 대부분 전기차는 회생제동 단계를 조절할 수 있는데, 기본값이 내연기관차의 엔진브레이크보다 더 강하다. 회생 단계를 높이면 배터리 소비량을 줄일 수 있지만, 그만큼 차에 부하가 걸려 더 울컥거린다. 많은 전기택시가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억지로 회생제동을 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급격한 가감속에 회생제동까지 반복되며 동승자를 괴롭히는 것이다. 낮아진 차급, 높아진 차체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전기택시가 SUV 특성을 가미한 크로스오버라는 점도 멀미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간 우리나라 택시 대부분은 쏘나타나 K5, 그랜저와 K7(K8) 정도의 중형 세단이었다. 넓은 무릎 공간과 낮은 시트포지션, 편한 등받이 각도 등 승차감이 좋은 차급이었다. 그러나 최근 보급되는 전기택시는 아이오닉5, 기아 EV6, 니로플러스 등이다. 아이오닉6가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 판매되는 대부분의 전기택시는 크로스오버(CUV) 차량이다. CUV는 차체 바닥에 커다란 배터리를 깔고도 머리 공간을 넉넉하게 뽑아내기 유리하다. 초기 전기차에 세단보다 SUV 모델이 많은 이유다. 그러나 세단보다 시트포시션이 높아 노면의 충격이나 좌우 흔들림 등 승차감에서 불리해진다. 바짝 선 2열 시트 등받이도 마이너스 요소다. 결국 운전자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전기택시를 타면서 느낀 불편을 살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택시의 특징에 전기차의 특징이 더해지면서 멀미가 날 정도로 승차감이 안 좋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비단 택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가족과 친구 등 지인의 전기차에서는 불편을 바로 호소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택시는 그게 어려워 목적지까지 속으로 욕을 하면서 참아야 한다는 정도다. 해결법은 결국 운전자다. 택시기사든 일반 운전자든, 전기차의 특성을 이해하는 새로운 운전 습관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겠다.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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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Lv 92

신형 그랜저택시 나오면 골라 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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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덕Lv 80

좋은 기사네요 ㅋㅋ 전기차를 잘안타서 몰랐는데 동승자 시점의 이런 문제가 있었군요... 택시는 이제 대부분 전기차로 갈테고... 참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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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H YJLv 77

두달전 대구에 6명이 문상 간적이 있었는데 역에서 장래식장까지 두팀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었습니다. 저흰 k8, 다른 한팀은 ev6… ev6팀은 내리자마자 멀미난다고 그러던데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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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Lv 42

아니 택시기사들 정차중에 짧게짧게 브레이크 밟았다 때는거 때문에 움찔거리면 ㄹㅇ 개빡쳐요 전기택시

천하자앙Lv 1

저도 니로EV 타다 뒷자석 애들이 멀미난다고해서 BMW IX3로 바꿨어요. 니로에 단련이되서인지 IX3 는 멀미를 전혀 안하네요.

코코멜롱Lv 59

어제 출장갔다가 수원에서 아이오닉타고 서울왔는데 진짜 욕나오더라구요 멀미때매 고생했네요

느룽이Lv 14

공감되네요 차맡길일 있어서 오랜만에 전기차 택시 탔는데 10년만에 멀미나는 느낌을 받았네요.. 뒷자석에 오랜만에 타서 그런가 했는데 다른차는 괜찮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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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차117728Lv 10

기본적으로 전기차의 회생제동의 원리를 알고 그에 맞는 운전스킬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운전자가 내연기관차와 같은 습관대로 운전하기 때문입니다. 전기차는 변속기가 없기 때문이죠. 내연기관차에서 1단(L단)으로만 고정하여 운전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엑셀을 땔때마다 엔진브레이크가 걸리죠

산림청Lv 7

내연기관 전기차 문제보다 그냥 운전못하는 택시기사 너무많아요 브레이크로 탭댄스라도추는듯 뭘그리 밟아대는지 스트레스 엄청받습니다 차선물기 방향지시등안키기 기타등등 거의필수옵션이구요 물론 다그렇다는건 아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