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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호수에 구멍난듯 물없어져"..튀르키예 완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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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8Lv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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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튀르키예(터키) 완 호수는 청명한 하늘 아래 은빛으로 빛나는 잔잔한 물결 옆으로 초지가 광활히 펼쳐져 끝없는 푸른색의 연속이었다. 튀르키예 동쪽 국경의 쿠르드족이 바다처럼 넓은 이 소금호수와 푸른 풍경 때문에 완을 '꿈의 도시'로 부른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완 호수가 면적이 무려 3천700㎢로 서울의 6배, 제주도의 2배에 달하는 거대한 내륙호이자, 80만 년간 켜켜이 쌓인 퇴적물로 기후학자의 성지로 불린다는 설명까지 접하고 보니 경외심마저 들었다. 그러나 완 호수는 하늘에서와 땅에서의 모습이, 땅에서도 멀리서와 가까이에서의 모습이 확연히 달랐다. 아름다운 풍광 뒤로 심각한 중병의 증상이 다가갈수록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공항에서 차를 달려 도착한 완 항구는 완 호수의 관문이지만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이 한산했다. 차 문을 열자 해발 1천600m의 고지대가 무색하게 30도에 달하는 후끈한 공기와 함께 비린 냄새가 밀려들었다. 소금 호수의 특성상 날 수 있는 바다 냄새와는 확연히 다른 악취였다. 호수로 가까이 가자 물이 빠진 둑은 2m 높이의 담벼락처럼 보였고, 선착장은 앙상한 나무 기둥만 남아 있었다. 호수 가장자리에서부터 축구장보다 넓은 땅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절반은 말라서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나머지 절반은 얕게 고인 물이 이끼와 함께 녹색으로 썩어가고 있었다.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는 물가에는 누런 거품이 빽빽했다. 완 항구의 이런 낯선 모습은 불과 1년 만에 생긴 변화라고 한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스멧 테미즈에르는 "10년 전에 여기 자리 잡은 뒤로 물이 이렇게 낮아진 것은 처음"이라며 "원래는 비가 오면 물이 넘치던 곳인데 작년 여름부터 비가 안 오더니 이렇게 돼 버렸다"고 말했다. 옆의 고깃배를 개조한 식당은 원래 물에 뜬 채로 영업을 했는데, 지금은 뭍으로 끌어 올려져 가건물 신세가 됐다. 이 식당 종업원 세르벳 세이한은 "물이 낮아지고 배가 손상되면서 더는 둑 옆에서 장사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이 없어진 호수에서 놀이용 오리배 장사가 잘 될 리 없다. 오리배 주인 테오만 잔틀르는 "이곳의 물이 피부에 좋다고 소문 났는데 이제는 물이 마르고 악취가 나니까 손님이 오지 않는다"며 "예년 같았으면 하루에 50명은 찾았지만 오늘은 단 한명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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